전방, 경총 탈퇴 여파...경제단체 '역할론'부상
[뉴스핌=정탁윤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초대 회장기업이었던 전방(옛 전남방직)이 경총을 탈퇴하면서, 재계에서 경제단체 '역할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야할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이 문재인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통상임금소송에서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는 등 문재인 정부들어 노사관계는 균형을 잃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계 입장을 대변해야할 경제단체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한편 정부가 재계와 소통 강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 등 주요 정책 과제에 호흡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방직 업체중 하나인 전방은 지난달 30일자로 경총을 공식 탈퇴했다. 전방은 지난 7월 최저임금 인상폭이 결정된 직후 "경총이 경제단체 역할을 못 한다"며 탈퇴 의사를 밝혔다.
당시 조규옥 전방 회장은 "내년 최저임금을 16.4%나 올렸는데 경총에서는 한마디 말도 없다"며 "우리를 대신해서 최저임금위원회에 나갔으면 기업들이 얼마나 힘든지 대변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 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경총은 현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 5월 김영배 부회장이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고 발언, 청와대와 정면 충돌한 이후 몸을 바짝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뉴스핌DB> |
현 정부가 재계 보다는 노동계 친화적인 진보정권이란 점에서 구조적으로 경총의 발언권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총은 노동조합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 사용자 단체로 노사 관계, 최저임금 문제 등과 관련해 경영자 입장을 대변해왔다.
경총 관계자는 그러나 "(진보정권이라고 해서) 할 말을 못하고 있다라는 것은 외부의 과도한 해석"이라며 "당연히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할 말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총과 더불어 한때 재계 대변인 역할을 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경련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엮이며 적폐세력으로 찍힌 이후 현재 싱크탱크로의 변신을 시도중이다.
경총과 전경련의 발언권이 줄어든 사이 대한상공회의소가 현 정부 재계 대표단체로 떠올랐지만, 대한상의 역할론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상의 회원중 대기업 비중이 2%에 불과한데다 미국 등 글로벌 네트워크 역시 전경련만 못하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대한상의가 재계 대표단체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너무 '코드 맞추기'에만 급급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삼성과 현대차 등 글로벌 대기업이 현재 각자 사정으로 힘든 상황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경제단체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계 입장을 대변해야 할 경제단체들의 소극적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가뜩이나 노동 친화적인 정부에서 향후 균형을 잃은 기업 정책이 지속 추진될 경우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 성장 역시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조언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보다는 노조에 편향된 정책을 펴서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재계 등 경제단체와도 국정과제 동반자로서 서로 눈높이를 맞춰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도 "경제단체 구성을 보면 관료 출신들이 포진하는 등 진정으로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조직인지 의문"이라며 "기업과 경제단체들이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