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 쥔 국민의당 과반 이상 인준 '반대'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간 신야권연대 구축
호남역풍 가능성 존재…여권과 공조로 방향 틀수도
[뉴스핌=조세훈 기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이 11일 부결됐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의당이 반대쪽으로 기울어진 결과다.
12일 정치권에선 여소야대 정국에서 신(新)야권연대가 구축됐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정부 여당이 추진중인 개혁입법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지난 6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자신의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뉴시스] |
정세균 국회의장은 전날 223일째 이어진 헌재소장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했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 120명과 정의당 6명, 새민중정당 2명, 복당을 앞두고 있는 무소속 서영교 의원, 정 의장까지 최소 130표는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 지도부는 국민의당이 절반만 동조하면 김 후보자 임명 동의안이 무난히 통과될 수 있다고 표 계산까지 마쳤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찬성 대열에서 이탈하면서 헌재소장 후보자 부결이란 헌정사상 초유의 암초를 만났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재석 293명 중 찬성 145표, 반대 145표 동률 속에 기권 1표, 무효 2표로 부결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반대 의견을 당론으로 채택했던 걸 고려하면 국민의당에서 찬성표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15표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의 여권 견제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안 대표는 취임 일성에서 "싸우겠다"는 표현을 11번이나 쓸 만큼 선명 야당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부결 직후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 건 아니지만 여러 번 말했듯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앞으로 보수야당인 한국당, 바른정당과 중도를 지향하는 국민의당이 서로 공조하는 신(新)야권연대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권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전망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는 (국회 인준을) 장담할 수 있겠나"라고 인준 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기준에 따르더라도 박성진 후보자는 '적폐 백화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부적격 인사"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문재인정부가 확정한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465건의 법률 제·개정이 뒤따라야 하지만 신야권연대 구도에서 입법 고개를 넘긴 쉽지 않다. 법안들이 줄줄이 묶여 개혁 동력이 급속히 떨어질 수도 있다.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안철수 대표가 김동철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
다만 호남 역풍론이 불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의당의 지역 기반은 호남이다. 소속 의원 40명 중 23명이 호남 의원이며 광역·기초의원들도 다수가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재인정부를 비판할 때 동원한 '호남홀대론' 화살이 전북 출신인 김 후보자의 낙마를 주도한 국민의당을 향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호남 민심이 급속히 냉랭해지면 여당과 공조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이 협치의 자세를 보여야한다고 주문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정부여당이 자세를 바꿔야한다"며 "협조하지 않는다고 호통치면 안된다. 상대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 교수도 "대립국면에서는 여당이 포용력을 가지고 협치해야 한다 "고 주문했다.
'안철수 역할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신 교수는 "이번에는 정치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개신교계의 반발이 있어서 일사불란하게 넘어갔지만 다른 후보자에 대해서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고 하면 안철수 리더십이 상처 입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안철수 대표가 지휘한 결과는 아니다"며 "앞으로는 사안마다 다르게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