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업계 "제로레이팅 가격인하 효과 의문"
[ 뉴스핌=성상우 기자 ] 이른바 '망 중립성' 완화 주장에 인터넷 업계가 반박하고 나섰다. 인터넷망 사업자들의 서비스 차별을 금지하는 망 중립성을 훼손하면 대형 사업자가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고 궁극적인 피해자는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한성숙, 인기협)는 29일 서울 삼성동 인기협 엔스페이스에서 '흔들리는 망 중립성, 인터넷 생태계가 위험하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망 중립성이란 망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도 같은 조건으로 망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터넷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춰 신규 업체들의 진입을 쉽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29일 '흔들리는 망 중립성, 인터넷 생태계가 위험하다'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성상우 기자> |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은 최근 제기된 망 중립성 완화 논의가 국내 실정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장기적으로는 인터넷 업계의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망 중립성 완화 논의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데이터 이용이 늘어나면서 본격화됐다.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대용량 콘텐츠가 급증함에 따라 망 사용에 대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통신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이동통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망은 사실상 공공재에 해당한다"며 "공공재를 활용해 자의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수익을 거두겠다고 하는 것은 공공성을 파괴하겠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망 중립성을 훼손하는 '제로레이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제로레이팅이란 인터넷 사업자가 데이터 사용요금을 지불하고 소비자는 무료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ICT 전문 법률가 박지환 변호사는 "제로레이팅이 과연 보편적 통신비 인하 효과를 가져오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면서 "자금여력이 있는 큰 기업에 한해서만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시장경쟁에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와 해외 대형 사업자 사이에서 이통사들의 이중적 태도도 꼬집었다.
김용배 콘텐츠연합플랫폼 팀장은 "비용 분담을 요구하려면 일단 트래픽이 많이 나오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업체들로부터 먼저 받고 국내 업체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순서"라면서 "국내 중소 인터넷 사업자들은 글로벌 사업자나 국내 대형 사업자들에 비해 협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망 중립성이 훼손되기 시작하면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신업계는 망 중립성 완화 논의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투자는 통신 사업자가 하고 수확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업계 내부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사업자에 비해 통신사들의 영업이익률은 매우 낮은 편"이라며 인터넷 사업자들의 비용 부담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뉴스핌 Newspim] 성상우 기자 (swse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