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도시바 요청에 침묵한 일본 기업…"게이레츠 와해"

기사입력 : 2017년06월14일 14:33

최종수정 : 2017년06월14일 14:48

전후 일본 경제 뒷받침 하던 '게이레츠(기업집단)'
환경 변화, 구조개혁 등으로 퇴색

[뉴스핌= 이홍규 기자] 지난 70년 간 일본 대기업들에게 암묵적인 버팀목이 됐던 일본의 '게이레츠(keiretsu, 기업집단)' 문화가 와해되고 있다. 경영난에 처해 알짜 사업인 반도체 마저 매각하는 도시바의 구제 요청에도 일본 기업들은 묵묵부답이다.

5년 전 반도체 제조회사가 미국 투자펀드에 인수되는 것을 막고자 정부 펀드와 유수의 대기업들이 연합을 꾸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3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 분석 기사에 따르면 일본 산업계는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도시바 메모리) 매각으로 도시바의 기술이 아시아 경쟁사에 넘어 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정작 도시바 메모리 입찰에 단일 후보로 참여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민관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는 미국 사모펀드 또는 반도체 회사 웨스턴디지털(WD)과 공동 입찰을 검토 중이다. INCJ는 일본 기업들이 각 100억엔 규모로 소수 지분을 인수토록 유도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게이레츠, 전후 일본 경제 성장 뒷받침

이 같이 도시바를 둘러싼 일본 기업들의 소극적인 태도는 지난 수십년 간 대기업들에게 안전망을 제공했던 일본 특유의 기업 네트워크인 게이레츠의 퇴색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신뢰에 기반한 경영 협력체를 뜻하는 게이레츠는 집단 내 기업에 지원을 제공하며 일본 전후 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일본의 게이레츠는 크게 미쓰이, 미쓰미시, 스미토모 등으로 나뉜다.

위즈덤트리재팬의 제스퍼 콜 펀드매니저는 일본 기업들의 사업상 합의는 "힘든 시기때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도시바가 '미쓰이 게이레츠'의 핵심에 있다고 고려하면, 은행들이 개입하는 등 해결책들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게이레츠는 냉담해졌다"고 말했다.

과거 일본의 많은 기업들은 이 지원 네트워크로부터 수혜를 입었다. 2005년 UFJ가 미쓰비시도쿄금융그룹에 의해 구제됐고, 지난 2012년에는 르네사스가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로부터 인수되는 것을 막고자 INCJ가 토요타와 파나소닉의 지원을 얻어 전(全)일본 컨소시움을 꾸렸다.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할지라도 대기업, 은행, 정부로부터 광범위한 지원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도시바가 원자력 사업 손실로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평가받은지 반 년이 지난 지금 도시바를 돕겠다고 나선 기업은 찾기 힘들다. 과거와 달리 도시바 홀로 경영 재건에 나서야하는 상황이다.

◆ 환경 변화·구조개혁 요구

전문가들은 이처럼 기업과 금융계의 반응이 소심해진 이유는 기업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해외 진출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높아졌고 정부가 지배구조 개혁을 요구함에 따라 서방 등 해외 투자자들에게 이 이해할 수 없는 의사 결정을 설명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 테크롤로지가 인수한 엘피다 메모리의 사카모토 유키오 전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는 주주들에게 그들의 행동을 설명해야 한다"면서 "기업들은 더 이상 혼자 도시바를 구하기 위해 투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시바의 사외 이사인 고바야시 요시미츠는 지난 4월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위한 국가적 컨소시움의 등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과거라면 가능했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투자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어떻게 각각 100억엔을 투자해 투자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겠는가? 어렵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정부의 개혁 요구로 상호 지분보유 주식(cross-held share)이 줄어드는 등 우호 기업간 금융적 유대관계가 느슨해지고 있는 점도 게이레츠가 와해되는 요인이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2015년 말, 일본 상장 은행과 비금융 회사가 보유한 일본 주식 비율은 10.3%로 1990년 34%에서 급감했다. 노무라는 향후 수 년에 걸쳐 이 비중이 20~30%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인식 변화, 자동차 산업에서 잘 나타나

이러한 변화는 일본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부문에서 잘 나타난다. 작년 11월 KKR은 닛산의 핵심 부품 회사인 칼소닉 칸세이를 45억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KKR의 인수로 닛산과 칸세이간 케이레츠 유대가 단절됐다고 평가했다.

닛산에게 이 매각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시대에 핵심 부품 업체를 다른 곳에서 찾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결과적으로 칼소닉은 닛산에 매출을 대부분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매출을 다변화할 수 있었다.

작년 미쓰비시 자동차가 연비 부정 스캔들에 휘말렸을 당시에도 '미쓰비시(Mitsubishi) 게이레츠' 내에서 회사를 돕겠다는 기업은 없었다. 결국 미쓰비시자동차는 르노자동차와 제휴를 맺고 있는 닛산에 매각됐다.

전문가들은 사업 환경이 변화했고 기업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는만큼 정부의 기업 구제를 위한 개입은 자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정부 개입이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경제산업성(MEIT) 고위 관료와 가까운 일본의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는 "당신이 이를 '주식회사 일본의 종말'로 부를지 모르겠지만, 도시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는 문제의 복잡성 때문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 이는 MEIT와 일본에 위기 때 정말로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이들이 생각한 것보다 솔직한 답변이다"고 신문에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2.6%p 오른 32.7% …김건희 논란 사과 긍정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해 30%대 초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발표됐다.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 사과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2.7%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5.0%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3%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처음으로 사과하는 등 자세를 낮췄지만, 지지율은 2.6%p 상승하는 데 그쳤다. 부정평가는 1.7%p 하락했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32.3%포인트(p)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29.3% '잘 못함' 68.7%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1.5% '잘 못함' 65.9%였다. 40대는 '잘함' 25.6% '잘 못함' 73.2%, 50대는 '잘함' 26.9% '잘 못함' 71.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34.9% '잘 못함' 62.5%였고, 70대 이상에서는 '잘함'이 51.8%로 '잘 못함'(43.7%)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27.8%, '잘 못함'은 70.8%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2.6% '잘 못함' 65.9%, 대전·충청·세종 '잘함' 36.0% '잘 못함' 61.0%, 부산·울산·경남 '잘함' 40.3% '잘 못함' 58.0%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43.8% '잘 못함' 51.7%, 전남·광주·전북 '잘함' 16.0% '잘 못함' 82.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1.6% '잘 못함' 60.1%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28.8% '잘 못함' 68.9%, 여성은 '잘함' 36.5% '잘 못함' 61.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 배경에 대해 "취임 2주년 기자회견과 김건희 여사 의혹 사과 이후 소폭 반등 했다"면서도 "향후 채상병 및 김 여사 특검, 의대정원 문제, 민생경제 등 현안에 대해 어떻게 풀어갈지에 따라 지지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영수회담, 기자회견, 김 여사 논란 사과 등으로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면서도 "보여주기식 소통이 아니라 국정운영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지율은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5-16 06:00
사진
이란 대통령 탄 헬기 추락…'악천후' 탓 수색 난항으로 생사 불명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일행을 태운 헬기가 19일(현지시간) 추락했지만 기상 악화로 수색 활동이 난항을 겪으면서 아직까지 생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이란 내무부는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국경 인근에 건설한 아라스강의 댐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사고 헬기에는 라이시 대통령과 함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말리크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타브리즈 지역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모하마드 알하셰미, 경호원 등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앞서 사고 헬기가 비상착륙 했다고 보도했다가 내무부 확인을 거친 뒤 추락으로 표현을 바꿨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사고 접수 후 구조대 40개 팀을 급파했으나 악천후와 험한 산악 지형 때문에 수시간이 지났지만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헬기 추락 인근 지역에 구조대가 급파됐으나 안개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5.20 kwonjiun@newspim.com 이란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헬기 추락으로 라이시 대통령과 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의 생사가 위기"라며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정보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 한 명과 또 다른 탑승자 한 명이 구조대원들과 접촉했다는 증언도 나왔고, 헬리콥터 위치를 파악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국제적십자사 조직인 이란 적신월사는 보도를 부인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헬리콥터가 추락한 이후 라이시의 안전을 기원한다면서도 이번 사태로 국정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신께서 존경하는 라이시 대통령과 그의 동료들을 국가의 품으로 돌려주시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이라크, 튀르키예 등 인근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은 구조와 수색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헬기 사고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수색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러시아에서는 마리아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이 "실종 헬기 수색과 사고 원인 조사에 필요한 모든 도움을 건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란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도 이번 사고를 예의주시 중이다. 백악관은 조지아주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고를 보고받았다고 밝혔고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 사고 보도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글을 올려 "이란 대통령과 외무장관을 태운 헬기가 예기치 않게 비상 착륙했다는 뉴스를 보고 있다"며 "EU 회원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상황을 긴밀히 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kwonjiun@newspim.com 2024-05-20 05:3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