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페이지 보고서에 농산물부터 영화까지 수입 확대 방안 제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 정부가 미국과 윈-윈(win-win)하기 위한 무역 정책 해법을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 무역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중국이 구체적인 대응에 나선 것. 중국 상무부가 내놓은 117페이지 분량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AP/뉴시스> |
멕시코와 함께 미국의 집중 공격을 받았던 중국이 25일 인프라 건설의 공조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항공기부터 콩에 이르기까지 미국 상품의 수입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중-미 무역 윈윈 전략을 내놓았다.
보고서에서 상무부는 “중국이 면화와 콩류 등 미국 농산물의 수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며, 중국으로 들어오는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 및 유통 과정에 대해 미국과 협상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은 항공기와 집적회로, 기계류 등 첨단 제조품의 수입도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또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의 중국 수출을 확대하는 한편 영화 제작사들의 수익 분배를 높인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명시됐다.
아울러 중국은 관광 및 교육을 포함한 서비스 부문의 교역을 크게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 및 무역 관계에 관한 조사라는 제하의 보고서는 양국의 교역 현황에 대한 통계 데이터 및 케이스 스터디를 제시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를 축으로 한 무역 시스템을 옹호하는 자료를 담았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은 보다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무역 협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것이 외신들의 해석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인프라 건설에 미국의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는 제안이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건 트럼프 행정부의 시선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외형 성장을 통해 미국 IT 인력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내용이 호감을 살 만 하다는 평가다.
베이징 소재 대외경제무역대학교의 투 친콴 WTO 연구소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상무부의 이번 보고서는 상당히 치밀하다”며 “미국과 협상을 강화하는 한편 대치 국면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당근’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요구 사항도 내놓았다. 교역 상대국 사이에 시장 원리를 충분히 감안, 덤핑 이익률을 합당하게 산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IT 수출 제약과 미국 인수합병(M&A)을 목표하는 기업들의 투자 제한에 대한 불만도 털어 놓았다. 미국 정부가 첨단 IT의 중국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동시에 중국의 기술 혁신을 견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중국은 WTO 및 무역협정에 근거한 원칙과 질서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