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정보 확보가 관건
[뉴스핌=이영기 기자] 의료분야 수익모델의 핵심인 환자와의 점접을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가 확보해 나가자 향후 그 주도권을 누가 쥐는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자 정보를 두고 IBM이나 구글 등 디지털 기술기업과 글로벌 제약업계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 환자정보를 분석 관리하는 빅 데이터 분야의 자금조달은 무려 두배나 늘어났다.
25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영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바빌론이 이날 약 6000만달러(675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 자금은 개인의 건강상태를 점검해 의료 진단을 돕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투자된다.
◆ 'AI 진단 앱' 개발한 바빌론, 675억원 조달 성공
바빌론은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AI 진단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현재 25만명에게 건강관리를 하고 있으며, 앱 다운로드 횟수는 100만회를 넘었고 회원수도 80만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회사 리봉고 헬스도 아이폰보다 더 작은 기기를 통해 혈당수치를 언제 어디서든지 체크해 고객에게 '물을 두컵 더 마시고 15분간 산책을 하라'는 식의 조언을 하고 있다고 FT는 소개했다. 리봉고 헬스 당뇨 프로그램 고객은 매일 자신의 혈액 분석결과를 통지받고 다이어트 전문가로부터 코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환자와의 접점을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가 잠식해 오자 기존의 대형 글로벌 제약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환자 정보를 바탕으로 의료진들이 자사의 의약품을 처방하도록 엄청난 판매조직으로 무장해 10년 단위의 신약 개발로 돈을 버는 수익모델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로 빅 데이타를 활용하고, 센서와 AI까지 이용하면서 환자와의 접점이 물리적인 거리가 문제가 되지도 않고 의사와 직접 대면도 필요없게 된 것이다.
리봉고 헬스 투자를 이끌고 있는 7와이어 벤쳐서(7wire Ventures) 파트너인 톰 메인은 "당뇨 치료제를 사는 대신에 고용주나 보험사는 당뇨를 해결하는 솔루션(디지털 헬스케어)을 사는 것이 나을 것"이라며 "이는 제약업계에 전혀 다른 접근법을 보여 주는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술기업이냐 전통 제약업체냐... 환자정보 확보 전쟁
이런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의 잠재력은 자본조달에서 잘 들어난다. 이 분야 벤처 펀드인 록 헬스에 따르면, 이 분야 벤처자금 조달은 최근 3년간 급격하게 늘어나 지난해는 42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빅 데이타를 분석 관리하는 업체들은 전년보다 두배나 증가했다.
반면 제약업계는 디지탈 기술에 밀리지 않기 위해 고착된 문화를 과감하게 해체해야만 할 것으로 관측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10년 주기의 신약개발을 하는 제약업계와 달리 끊임없이 기술을 업데이트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업체들이 아직은 적극 뛰어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결국은 디지털 기술의 적용이 가속화되고 있어 제약업체들이 이쪽으로 몰려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노바티스의 CEO 조 지메네즈는 "현재 의사와 환자 사이에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가 끼어드는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디지털 기술 채용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것 또한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 제약업계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로 진출이 시작된 것이다. 테바 파마슈티컬즈는 2015년에 호흡기 질환 디지털 진단 플랫폼을 가진 게코 헬스 이노베이션스를 M&A했다.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도 최근 당뇨질환과 관련해 벨릴리 생명과학과 협업을 시작했고, 화이자는 IBM왓슨과 면역계통 관련 데이타 분석에서 협력에 들어갔다.
구글과 바이두, 야후 같은 기업도 질병에 대한 환자의 반응과 행태에 대한 직관을 얻기 위해 머신러닝과 AI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화이자 영국 대표 에릭 노르드캄프는 "미래 헬스케어는 기술기업과 제약업체의 컨버전스로 진화할 것"이라며 "그 발전에 대해 글로벌기업이든 로컬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정보를 정말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가 소유할 수 있느냐라는 근본적인 논란은 남아있지만, 환자 정보가 핵심이다. 누가 정보를 확보하고 관리하느냐를 두고 헬스케어와 제약업계가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컨설팅사 맥켄지의 스테판 비스도르프 이사는 "환자 수준의 데이타를 가장 많이 확보하는 쪽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스도르프는 "IBM도 헬스 데이타 확보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들여 트루벤, 엑스플로리스, 멀저, 피텔 등 4개 회사를 사들였고, 노바티스도 스마트 콘텍트 렌즈와 관련해서 벌써 구글 헬스온과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