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상가 10곳중 1곳 빈집, 수익률노린 주인 울상
“장기임대 은행 사라진 1층…휴대폰 대리점만 북적”
대형마트 선호 소비패턴, 동네상가 단타·안정업종만
[뉴스핌=이보람 기자] 지난해 서울 한 아파트 단지의 상가를 분양받은 A(54세)씨의 한숨은 오늘도 깊다.
"매달 200만원씩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은행대출까지 끼고 상가를 분양받았는데 한달만에 임차인이 장사를 접고 나가더니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네요. 대체 매달 나가는 이자만 얼마인지"
아파드 단지 앞 상가가 비어 있다. <사진=이보람 기자> |
상주하는 주민들과 동네를 오가는 유동인구로 ‘대박’은 아니더라도 쏠쏠한 재미를 받던 아파트 상가에도 불황의 찬 바람이 불어닥친지 오래다.
약국과 편의점 등 생필품 상점과 단기 임대의 휴대폰 대리점 같은 점포만 남은 채, 비어 있는 점포가 많은 상가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한국감정원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0.6%로 집계됐다. 상가 10곳 중 1곳이 비어 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점포 주인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서부권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내 한 점포를 분양받았던 A씨 역시 자신의 점포가 1년 가까이 비어 있다.
대규모 아파트 근처이지만 중심 대로 안 쪽으로 한 블럭만 들어가자 건물 전체가 비어있고 분양·임대를 알리는 현수막만 보인다 있다. <사진=이보람 기자> |
A씨는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카페가 나가면서 몇몇 상인들이 가게 자리를 보러 오긴 했지만 임대가 안되고 있다"며 "임대료와 권리금을 낮췄는데도 워낙 불경기여서 그런지 선뜻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같은 상가에 몇 달째 공실로 방치된 점포가 몇 곳 더 있다고도 했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B씨는 "주민들이 동네가게에서 소비하지 않는다. 주변 대형쇼핑몰로 가거나 아예 시내로 나간다"면서 "자영업자들이 하던 작은 가게들이 어려워지다보니 장사를 접고 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예전에는 아파트 상가 임대 수수료가 짭짤했는데 최근에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고 덧붙였다.
과거 아파트 상가에는 음식점 뿐 아니라 은행, 미용실, 병원, 노래방, 당구장 등 다양한 업종의 상점들이 들어섰다.
요즘에 남은 건 치킨집과 휴대폰 대리점 뿐이다. 그마저도 들어왔다 금세 사라져 언제 공실이 될 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 상가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경기도 서북부 지역에는 약 30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지하철역을 인근에 두고 서울과도 가까워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됐다.
아파트 근처 상가 곳곳에 빈 점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보람 기자> |
아파트 단지 입구 150m 대로 양쪽에 크고 작은 상가 건물 수십여 채가 들어섰다. 하지만 여전히 임대를 기다리고 있는 빈 점포들도 많았다. 빈 점포는 건물 층수가 올라갈수록, 큰 길에서 멀어질 수록 늘어났다.
세대 수가 많고 상가 건물이 수십여 곳인데도 은행 하나 없다. 현금자동입출입기만 들어선 한 은행 365코너 한 곳이 전부였다. 금융권의 점포 줄이기를 실감했다. 또 비대면채널의 확산도 짐작이 갔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C(25세)씨는 "상가가 큰 편인데도 은행이 없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면서도 "그래도 최근에는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니까 크게 불편하지 않은 것 같다. 은행 갈일 있으면 다니는 대학교 근처에서 이용한다"고 전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앞 상가. 대로에 위치한 상가인데도 상점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사진=이보람 기자> |
아파트 상가에서 1층 명당 자리를 차지했던 은행 점포가 종적을 감춘 것은 실제 오프라인 고객이 줄어들면서 은행들이 몸집을 줄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은행점포는 4년 연속 감소하며 700개 가까이 줄었다.
부동산 관련학계 한 관계자는 "불황과 함께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가 아파트 상가의 침체를 가져왔다"며 "이렇다 보니 임차인들이 쉽게 아파트 상가에 들어오지 못한다. 들어온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이익을 내고 빠질 수 있는 업종을 선호하거나, 병원이나 약국 등 아예 안정적인 필수 업종만 들어오는 경우가 일반화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