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2015년 분트 발작과 흡사한 상황 재연 경고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이른바 ‘서브 제로(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눈덩이로 불어나며 잔치 분위기를 연출했던 유럽 채권시장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비전통적 통화정책 축소 움직임과 정치권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은 대규모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로화 <사진=블룸버그> |
무엇보다 지난 2년간 유럽 채권시장의 ‘큰손’을 자처했던 ECB가 이제 잠재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받는 상황이다.
ECB는 이달부터 월간 자산매입 규모를 800억유로에서 600억유로로 축소한다. 일부 월가 애널리스트는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은 유럽 채권시장의 핵심 매수 기반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긴장해야 할 변수라는 지적이다.
유럽 채권시장에서 ECB 효과는 지표를 통해 확인됐다. 지난 해 3월10일 ECB가 회사채 매입 계획을 발표하기 전 1.7%포인트 내외에서 거래됐던 독일 국채 대비 비금융 부문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1.3%포인트 선으로 떨어졌고, 6월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된 뒤 스프레드는 추가 하락해 1.0%포인트 선으로 밀렸다.
이어 지난해 12월 전후로 ECB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프리미엄은 1.2%포인트를 뚫고 올랐다.
유로존 인플레이션 상승과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도 투자자들이 경계해야 할 변수다. 브느와 꾀레 ECB 이사는 3일(현지시각) 가진 컨퍼런스에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에 금리인상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유로존의 금리가 현 수준에서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다. 금리 상승 역시 채권시장에 대표적인 악재다.
한스 로렌슨 씨티그룹 신용 전략가는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유럽 채권시장은 폭풍 전야와 마찬가지”라며 “브렉시트 협상부터 정치권 불확실성까지 리스크 요인이 상당수에 이르며, 특히 ECB의 자산 매입이 축소된 뒤 종료될 때 파장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이달 자산 매입을 축소한 데 이어 내년에도 이를 줄여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JP모간은 투자 보고서를 통해 ECB의 자산 매입이 내년 중반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2015년 발생했던 독일 ‘분트 발작’이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후 올해 3월24일까지 ECB가 사들인 유로화 표시 투자등급 비금융 회사채 규모는 740억유로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순발행액인 790억유로와 거의 맞먹는 규모다. 유로존 신용시장에서 ECB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채권 투자를 지양해야 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벤 베네트 리걸 앤 제너럴 인베스트먼트 전략가는 WSJ과 인터뷰에서 “신용시장을 최대한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추가 상승 여력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현금과 미국 채권이 더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