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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의료 디지털화로 병원·제약업계 타격"

기사입력 : 2017년03월06일 15:27

최종수정 : 2017년03월06일 15:27

의료 서비스 '사전 예방'으로 중심 이동
약품·환자 내원수 수요 감소시켜

[뉴스핌= 이홍규 기자] 글로벌 의료 산업이 디지털 화(化)에 박차를 가하면서, 기존 병원과 약품업계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과도한 규제와 비싼 혁신 비용, 정보기술(IT) 접목의 실패의 역사로 점철됐던 의료 산업에 '디지털 의료 서비스' 투자가 급증하고, 디지털과 함께 의료 서비스가 '사전 예방'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함에 따라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지난 4일 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최신호에 따르면 모바일 앱과 원격의료, 예측 분석,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혈압 측정과 같은 디지털 의료 서비스는 막대한 비용 절감을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됐다. 선진국 의료 서비스 지출의 20%가 잘못되거나 불필요한 치료법 시행으로 낭비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디지털 의료 서비스가 이중 상당 부분을 절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관측됐다.

이 같은 비용 절감 기대는 디지털화를 통한 질병의 사전 예방에 있다. 의료 기록이 디지털 화되고 환자 데이터를 유전체 서열 분석과 웨어러블기기 센서, 심지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게 됨에 따라 보험사와 정부는 환자의 치료법에 관해 더 나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를 비롯한 수요자들은 의약품이나 의료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는 '가치 중심'의 수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디지털 의료 서비스로 의약품 수요 감소

이미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 IT 대기업들이 의료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전통 의료 시장에서 신약 개발로 '혁신' 주체로 불리던 제약업계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제 데이터 분석으로 효과 없는 의약품이 구별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서비스로 약물 복용이 아예 필요없는 새로운 서비스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의료 관련 투자 고문인 마크 슬루이즈스는 "가장 큰 질문은 제약회사가 큰 패자가 될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당뇨병은 제약업계의 큰 화두가 되고 있다. 당뇨병을 운동을 비롯한 생활 습관 조절 만으로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되면서, 환자 개인을 겨냥한 각종 디지털 알림 및 새로운 서비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 대형 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는 예비 당뇨병 환자와 체육관의 특별 코치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와 보험사 입장에선 의료 어플리케이션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편이 약품이나 의료 장비를 구매하는 쪽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는 작년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가 구글 알파벳의 베릴리 생명과학(Verily Life Sciences)과 손잡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 둘 회사의 합작 벤처기업인 '온듀오(Onduo)'는 당뇨병 환자가 약물 복용과 생활 습관과 관련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개시할 방침이다. 온듀오의 합작 투자는 재작년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Lantus)'의 특허권 보호를 잃어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사노피에 좋은 '헤지(hedge)' 수단이됐다고 이코노미스트 지는 평가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대형 병원들도 타격…내원 환자수 감소

제약회사와 더불어 '전통적인 혁신' 주체로 분류되던 대형 병원들에도 타격이 불가피 해보인다. 원격의료, 예측 분석, 질병의 조기 진단은 환자들의 입원을 줄인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응급 의료 서비스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중증 환자를 상대로한 전문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 모바일 의료서비스업체 에볼루션 헬스(Evolution Health)는 15개 주에 걸쳐 2백만명의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응급실 사용과 환자 입원을 각각 20%, 40% 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인공지능(AI) 개인비서 플랫폼 아마존의 알렉사에는 미국심장협회가 제공한 심폐 소생술에 관한 인명 구조 지침 응답 서비스가 탑재돼 있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알렉사는 지금까지 디지털 정보의 잠재력을 제공하는데 대부분 실패했던 의료 서비스 산업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하나의 징후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출현하게 될 의학 및 진단 혁신은 물리적 시설과 인력에 의존하는 모든 의료 산업을 혼란에 빠드리게 할 가능성이 높다. 필립스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기반 초음파 진단기인 루미파이(Lumify)를 통하면 의사는 기존보다 더 많은 환자들을 관찰할 수 있다. 또 혈액 검사 만으로 유방암 등을 진단하는 가든트 헬스(Guardant Health)의 데이터 분석은 유방조영상 수요 뿐만 아니라 진단 장치 가격도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의료 산업의 디지털화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정확성과 안전성 그리고 환자의 사생활 우려가 우선 해결돼야한다. 또 개인 정보 취급에 관해 의약과 기술 업계 간의 시각 차도 해소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지는 의료 서비스 산업에 불고 있는 디지털화의 "엄청난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모든 수요자들이 동등한 비용 절감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잡지는 이런 변화 속에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장 큰 수혜자는 더 나은 치료를 받게될 환자와 환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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