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업무 사실상 정지...발표 방식, 일자, 내용 등은 아직 고민 중
[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경영 쇄신안 발표를 앞두고 긴박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룹'의 이름으로 진행되던 모든 업무는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삼성 주변에서는 경영 쇄신안 발표 날짜는 다소 유동적이나, 3월1일자 미전실 폐쇄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28일 오전 미전실 임원과 간부들은 수시로 회의를 개최하며 이같은 현안을 논의 중이다. 이날 오후 미전실 해체를 포함한 쇄신안 발표가 예상되나, 아직 수뇌부의 지침은 내려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쇄신안의 골격은 이미 완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쇄신안 발표는 아직 유동적"이라며 "내부에서 미전실 해체를 포함한 쇄신안 내용은 발표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확정된 쇄신안 내용을 아직 알 수는 없으나, 사실상 이날부터 미전실의 주요 업무는 정지된 상태다.
쇄신안에 미전실 해체 등 모든 내용을 담아 발표할지, 아니면 개별건으로 발표할지 여부는 현재로서 불투명하다. 발표 방식이나, 일자, 내용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한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미전실이 있는 서울 서초사옥의 40층~41층에는 현재 외부 방문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삼성 주변에서는 미전실의 완전한 해체와 각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경영시스템을 핵심 골자로 쇄신안 내용이 확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주 내 사장단 등 임원 인사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의 미전실 해체는 최순실 게이트로 특검의 고강도 수사를 받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에 따른 것이다. 삼성의 경영 쇄신작업이 본격화된 것으로, 이번만큼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겠다는 이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삼성 주변의 예상대로라면, 삼성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후 20년 이상 유지해온 오너-컨트롤타워(미래전략실)-계열사의 삼각경영 틀을 버리고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의 독립·자율경영에 나서게 된다.
기존 삼성의 경영상 지배구조는 소유와 전문경영의 조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오너가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면 미전실이 이를 그룹의 경영방침으로 확정해 각 계열사와의 업무를 조정하는 삼각구조 방식이다.
전문경영은 현장 사령관이자 전략가의 역할을 맡아 미전실과 협의하며 비전을 실천해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이번 미전실 해체와 계열사 중심경영이 시작되면 '그룹'의 개념은 없어지고 경영 지배구조는 오너-계열사로 슬림화된다.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의 자율적인 경영 시작으로, 계열사 독립체제의 의사결정 구조가 되는 것이다.
삼성의 한 임원은 "특검이 끝나면 미전실 해체와 경영 쇄신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면서 "다만 오늘까지 특검이 유효해서 발표를 언제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