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임금 호조에 월가는 냉담한 반응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12월 고용 지표가 발표된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이 온통 시간당 임금 상승에 집중됐다.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못 미친 가운데 임금이 7년래 최대 폭으로 뛰자 월가 이코노미스트는 반길 수만은 없다는 반응이다.
채용 공고를 살피는 구직자들 <출처=블룸버그> |
임금 상승은 내수 경기를 촉진시킬 수 있는 동력에 해당하지만 기업의 이익률을 압박할 수 있고,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경기 부양이 가시화되기 전에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을 재촉할 것이라는 우려다.
6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15만6000건 증가한 가운데 시간당 평균 임금이 26달러로 연율 기준 2.9% 뛰었다.
주요 외신과 월가 투자자들은 이번 고용 지표의 하이라이트가 임금 상승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임금 상승률은 연준 정책자들이 주시하는 지표라는 점에서도 이번 결과가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스콧 크레몬스 최고투자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번 고용 지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09년 이후 최대폭으로 뛴 시간당 평균 임금”이라며 “이는 고용 시장의 회복을 보여주는 최종적인 근거에 해당하며, 장기간에 걸친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이 마침내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달 가파른 임금 상승이 연준의 금리인상에 설득력을 더해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길 경우 연준의 행보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스튜어트 호프만 PNC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신규 고용 건수가 시장 전망치에 못 미쳤지만 임금 상승을 근거로 연준이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노 트레이딩 파트너스의 마이클 블록 역시 투자 보고서를 통해 임금 상승률을 근거로 “이번 고용 지표가 ‘매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노동 시장이 사실상 완전 고용에 진입했다는 데 투자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달러화가 가파르게 뛴 데 따라 가뜩이나 수출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임금 상승이 이익률을 깎아 내릴 것이라는 얘기다.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 등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이 실행,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반면 복병은 눈 앞에 닥친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년래 최대폭의 임금 상승이 올해 추세적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 수익성에 커다란 흠집을 낼 것이라고 전했다.
고용 지표 발표 후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가 높아지면서 국채 수익률과 시장의 긴축 기대감이 동반 상승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이 제시하는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전날 19.7%에서 이날 지표 발표 후 23.3%로 상승했다. 12월까지 최소 두 차례 이상 금리인상 전망치 역시 66.3%에서 70.7%로 올랐다.
이날 장중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5bp 상승, 2.4% 선을 회복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