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뫼비우스 단상] 천연 도구 시대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330 만년 전의 석기 발견. 인류 최초의 도구 역사 새로 쓰다.’

스마트폰으로 발견한 건데 케냐의 어느 호수 부근에서 출토된 돌 도구들이다. 기존의 최고(最古)인 260 만년 전 탄자니아 올두바이 도구보다 70 만년 앞선 것이라 한다. 고고학에선 최초라는 말을 곧잘 쓴다. 그리고 그 ‘최초’는 다른 분야들에서 쓰는 그것보다 ‘앞당겨지는’ 성격이 강해 보인다. 고고학 자체가 그리 역사가 깊은 학문도 아니고 탐구에 필요한 과학 장비들이 계속 발전하기에 당연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 미지의 구석들이 엄청나다보니 더욱 그럴 것이다. 이 기사에서도 최고(最古) 내지 최초는 ‘앞당겨진다.’

아득히 취해가는 기분이다. 세월이 더 흐르면 저 최초보다 더욱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 새로운 최초가 나올 확률이 크다. 새로운 발견들로 우리들을 놀라게 하곤 하는 고고학이 주는 선물이자 면역력이다.
그와 함께 나는 뭔가 풀리는 듯하면서 막히는 기분이었다. 평소의 생각이기도 한데 저 내용에 오류가 있다고 나는 본다. 즉 발견될 수 있는 도구의 현재 최초가 저것일 것이다. 발견될 수 없는 도구도 있다. 썪어 사라지는 것들 말이다.

가령 이전의 에세이에서 말했던 부러진 나뭇가지나 줄기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돌도끼에 묶어 쓰거나 들고 다니다가 뱀이 나타나면 후려치기도 했을 것이다.
뭔가를 묶거나 매듭을 지을 때 끈으로 삼았을 넝쿨도 마찬가지이다.

바이칼 호수로 여행을 떠났던 친구가 보내준 그 곁의 숲인데 저 숲 속 나뭇잎도 그럴 것이다. 호수의 물을 고대인들이 목이 마를 때 손으로 떠 먹다가 곁에 나뭇잎이 있다면 둥글게 오므려 떠먹었음직도 하다. 이런 사례가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나뭇가지, 넝쿨, 잎, 깨거나 갈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돌, 단단한 과일, 흙, 모래, 조개 껍데기 등등의 천연 도구나 이를 가공한 것들로 풍부했을 시대를 나는 <천연 도구 시대>라고 부르고 싶다.

충분히 존재했음직하고 아니라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존재를 상정하지 않을뿐더러 그 시대를 명명하는 이름 하나 없는가.

증거가 없어서일 것이다.

당연히 없을 것이다. 썩어 사라지는 것들이므로. 증거가 없을 수밖에 없기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대 자체가 없었을까.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곧잘 눈에 띄는 그런 풍경이 아득한 선사 시대에도 행해졌을 것이다. 상식이며 상상을 조금만 동원해도 자명해 보인다.

인류의 역사에 그렇게 명명된 시대를 넣자고 나는 주장하는 것이다. 증거가 없어서 어렵다면 신화와 역사를 구분하듯 그럴듯한 신화적인 명칭을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로 인한 효과는 너무도 값질 것이다.

지금처럼 석기 시대가 인류의 최초라고 우기고 그럼으로써 돌도끼, 돌칼 등등 깬석기 위주의 유물들만 나열할 때 그 울림은 다분히 협소할뿐더러 인류의 선사 시대의 진면목과 괴리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실태처럼 사냥과 먹거리 위주로 당시의 문화가 국소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큰 것이다.

목기류의 도구들이 풍부했음직하니 목기 시대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천연 도구들에 대한 상징을 녹색으로 간주해 그린 시대(green period)라고 이름 지어도 좋다. 천연 도구 시대라고 부르든 목기 시대, 그린 시대라고 부르든 인류의 선사 시대가 얼마나 풍성해지는가. 돌을 깨 동물을 잡아 죽여 식량으로 삼고 가죽을 벗겨 옷을 지어 입는 식의 납작한 상상력에서 우리를 해방시켜주지 않는가. 나뭇가지나 넝쿨, 잎, 풀, 조개, 모래 등등을 활용하는 다채로운 지혜들이 우리 특히 어린아이들의 가슴을 알록달록하게 물들이지 않을까. 선입견 없는 백지 같은 아이들에게 선사 시대를 설명할 때 지금처럼 깬석기나 돌도끼, 돌칼 등만을 보여준다면 아이들의 납득이 자연스러운 걸까. 그렇지 않다고 나는 본다. 숲 속에 들어가서 ‘돌만 바라보세요’라고 반복적으로 듣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증주의가 절대적인 사관일까. 그것이 놓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증거가 가능한 곳은 실증주의, 애초 불가능한 곳은 다른 범주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방식도 세상이라는 실재에도 맞고 상식에도 맞는 것 아닌가. 인류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선사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을 이제부터라도 있는 그대로, 사실에 기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지금까지는 보는 관점 위주였다. 이에 반해 가령 ‘천연 도구 시대’라는 개념은 보이는 관점이다. 즉 있는 그대로의 관점이다. 그동안 보이는 것만 보자는 관점의 폭력으로부터 고대인을, 인류문화사를 해방시키자는 이야기이다.

컵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 기원이 언제부터일까.

그럴듯한 썰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기원에 대해 생각할 때 중요한 것은 연속성 뿐 아니라 단절성도 있다. 즉 역사라는 것엔 전혀 파악 불가능한 단절성도 있기 마련이어서 그것 또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물적 증거가 나올 수 없는 성격의 것들이 단절성마저 띠게 되면 기원의 파악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가령 과거의 어느 한 토막이 완전히 잘려나가듯 해서 그 이전과 이후가 단절되었다고 해 보자. 컵이든 또다른 뭔가든 그 기원에 속하는 것이 그 단절의 두께 저 너머에 있다고 한다면 단절의 이쪽에 사는 우리로서는 전혀 그곳에 다달을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불가능의 절망밖에 없는가. 다행히 보편성에 접근할 수 있는 인지 역시 주어졌기에 인간은 단절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꿰뚫을 통찰 역시 지니고 있다. 물 자체(thing itself)를 파악할 수 있는냐 없느냐는 둘째이고 말이다.

이런 문제 의식을 깔고 컵의 기원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앞서 말했듯 처음엔 손바닥으로 물을 떠먹다가 큼직한 나뭇잎이 물가에 있다면 집어 둥글게 오므려 컵인양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잡은 짐승의 뿔로 대신했을 수도 있다. 혼자 마시다가 누군가에게 그것을 건네 물을 먹게 했을 수도 있다. 그 어떤 방식이든 컵인양 쓴 것이 330 만년 전에 돌을 깨 칼로 만들기 이전 시대인 400 만년 전에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화석이 증명하듯 그때도 고대인들이 살았었다. 그들 역시 걸어다녔고 손의 사용이 가능했고 때론 목이 말랐을 것이다. 돌을 활용하는 지혜도 머잖아 등장했을텐데 그처럼 현대의 컵인양 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었을까. 개연성의 범주에 속하지 않을까.

그 얼마 후 300 만년이란 시간이 단절적으로 지나 100 만년 전에 컵에 해당되는 뭔가가 유물로 발견되었다고 치자. 그 시기를 컵의 기원 시점으로 정했다고 해보자. 단절된 두께 그 이전을 결코 볼 수 없을진대 그 기원이라는 설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단지 현재까지 발견된 자취들을 단단히 해주는 역할 밖에 더 있는가.

그것으로서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단절 너머에 대한 의심 내지 가능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에 탐탁치 않은 면이 있다.

여기서 인간에게 더욱 자연스런 길을 열어주는 것이 앞서 말한 보편성과 그에 접근할 수 있는 인지력과 상상력이다. 그것들을 무시한채 보편적인 초원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보는 관점 위주의 폭력으로 막는 것은 다채롭고 풍요로운 고대의 생활상과 문화를 고루한 성에 가두는 폐단을 초래한다. 천연적인 도구들은 현재의 연속선상에서나 단절 너머에서 얼마든지 쓰였을 것이다. 과학 내지 사관. 때론 우매한 휘장일 수 있는 그것들로 그처럼 찬연한 선사 시대의 풍경을 가로막는 어리석음을 피해야 하지 않을까.
‘천연 도구 시대’나 목기 시대 혹은 그린 시대. 그 무엇으로 이름짓든 간에 그런 새로운 개념을 설정한다면 선사 시대의 풍경이 한껏 다채롭고 풍성하게 열리게 된다. 박물관에 석기 시대 전시실 앞에 그런 이름을 단 전시실이 새롭게 설치된다면 박물관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친근과 지혜, 행복이 더욱 소담히 빛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기내서 보조배터리 충전 전면 금지"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국내 항공사들이 항공기 객실 내 보조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최근 기내에서 보조배터리 발화와 연기 발생 사고가 잇따르자 안전 조치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오는 23일부터 비행 중 보조배터리로 휴대전화를 충전하거나 보조배터리 자체를 충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서울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출발층 에어부산 수속카운터 전광판에 보조 배터리 기내 선반 탑재 금지 안내문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스핌DB] 전자기기 충전이 필요할 경우 좌석 전원 포트를 이용하도록 안내했으며, 포트가 없는 기종은 탑승 전 충분히 충전할 것을 권고했다. 보조배터리 반입은 허용되지만 단자에 절연 테이프를 부착하거나 개별 파우치에 보관하는 등 합선 방지 조치를 해야 한다. 이로써 국내 여객 항공사 11곳 모두가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을 제한하게 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등 대형사와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이미 금지 조치를 시행 중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사 사고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항공업계 전반으로 규제 강화 움직임이 확산되는 추세다. 항공업계는 운항 중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항공기에는 충전 설비가 충분하지 않아 승객 불편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syu@newspim.com 2026-02-20 15:23
사진
"하메네이 제거 후가 더 문제"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열흘 안에 결정하겠다"고 시한을 제시하고, 초기 단계의 제한적 선제공격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란 정권이 실제로 붕괴할 경우 이를 대체할 뚜렷한 세력이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부를 겨냥한 군사 옵션을 선택할 경우 가장 큰 변수는 '그 이후'라고 지적했다. 최고지도자를 제거하더라도 누가 권력을 승계할지, 어떤 체제가 들어설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진=로이터 뉴스핌] 전 이란 고위 관리 출신으로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반체제 인사 모흐센 사제가라는 "하메네이와 최고 지휘관들을 제거한다면 문제는 그 다음"이라며 "이란이 실패 국가로 전락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역시 최근 의회에서 복잡한 권력 이행 과정에서 미국이 협력할 상대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WSJ는 1979년 이란 혁명 당시와 현재를 대비했다. 당시에는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라는 구심점 아래 국내외 세력이 결집했지만, 지금은 그에 상응하는 상징적 지도자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이란 내부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선거 부정 의혹, 여성 인권 문제, 경제 위기 등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반복돼왔다. 최근에도 "하메네이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등장하는 등 반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시위는 명확한 지도부나 조직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산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다. 해외 반체제 세력 역시 단일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는 하메네이 제거를 위한 표적 공격에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이란 내 정치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장 주목받는 해외 인사는 팔레비 왕정의 마지막 왕세자인 레자 팔레비다. 그는 세속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주장하며 지도자로 나설 뜻을 밝혔지만, 부친 통치 시절의 정치적 탄압과 사회적 불평등을 기억하는 이란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특히 쿠르드족과 아제르바이잔족 등 소수 민족 사회에서는 중앙집권적 통치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다. 좌파 성향의 이슬람계 반정부 단체 무자헤딘-에-할크(MEK)도 조직력을 갖추고 있지만, 해외 기반이 강하고 과거 이라크와 협력한 전력 등으로 국내 지지는 제한적이다. 일부 중동 및 유럽 당국자들은 하메네이 제거가 곧 체제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보수 성향 인사들이 권력을 승계하거나, 오히려 더 강경한 체제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등 강경 인물이 전면에 나설 경우 노선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1980년대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와 유사한 점진적 개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슬람공화국 창시자의 손자인 세예드 알리 호메이니가 온건 성향 종교인들과 가까운 인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한적 타격을 시작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정권 교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이란은 권력 공백과 내부 분열에 직면하거나, 반대로 더 강경한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이다. wonjc6@newspim.com     2026-02-20 15:5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