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빅뱅이 컴백했지만, 짙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오래도록 기다려온 만큼, 반가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반복된 거짓말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군입대를 앞둔 빅뱅의 딜레마는 YG 전체의 위기다.
빅뱅이 13일 0시 1년 반을 미뤄온 정규 앨범 'MADE THE FULL ALBUM(메이드 더 풀 앨범)'으로 컴백했다. 발매 직후 전 음원차트에 신곡 3곡 '에라 모르겠다' 'LAST DANCE(라스트 댄스)' 'GIRLFRIEND(걸프렌드)'로 1위부터 3위까지 줄세우기에 성공했다.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차트 최상위권은 빅뱅의 차지다.
빅뱅의 흥행은 누구나 짐작했던 바다. 그럼에도 '왜?'라는 의문이 남는 이유는 빅뱅의 의도치 않은, 하지만 지속됐던 거짓말 탓이다. 빅뱅은 지난해 5월 'MADE' 싱글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5월부터 8월까지 신곡 8곡을 발표하고 9월에 정규 앨범 'MADE'를 내겠다고 공언했었다.
특히나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는 자신만만했다. 지난해 4월 취재진에게 "9월 앨범에 새로운 것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틀렸다. 9월 발표 앨범은 모두 신곡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초 예상이 단순히 빗나간 것이긴 해도, 결과적으로 또 거짓말이 돼 버렸다.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사진=SBS> |
양현석 대표의 거짓말은 한 가지가 아니다. 이번에 발표한 '메이드 더 풀 앨범'에 총 11곡이 수록됐고, 그 중 8곡이 지난해 'MADE' 프로젝트 싱글 곡이기 때문. 신곡은 3곡에 불과하다. 9월에 내겠다는 약속도, 전곡을 신곡으로 수록하겠다는 얘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문제는 양현석 대표의 YG가 업계 선도 기업이라 더 중요하다. 빅뱅 외에도 YG의 플랜은 이리 저리 바뀌거나 엎어진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빅뱅과 관련해서는 더 민감한 문제가 된다. 이들은 이미 최고의 뮤지션이고 가요계에서 다른 후배, 동료들에게 적수가 없는, 가장 위협적인, 피해야 할 상대라서다.
게다가 생각보다 더 늦어진 컴백에 빅뱅 역시 군입대 전 마지막 활동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2016년으로 정규 앨범 발매를 미룰 당시만 해도 빅뱅이 어떻게 당분간 볼 수 없을 5인 완전체 활동을 장식할 지 기대감이 컸다. 데뷔 10주년까지 겹쳐 다양한 신곡과, 콘서트, 국내 활동을 예감했던 이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빅뱅은 2016년에도 10주년을 기념해 해외 투어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고, 국내 팬들과는 여름 스타디움 콘서트와 10주년 전시를 통해서만 만났다. 연말까지 늘어진 곡 작업 탓에 빅뱅 완전체의 활동 기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자연히 지난해를 '빅뱅의 해'로 만들었던 것과 달리 올해 대상급 수상은 요원해졌다.
지드래곤은 상습적으로 딜레이되는 빅뱅의 활동에 "(컴백을) 번복하게 되는 게 죄송스러운 일이다. 까다로워지고 더 좋은 음악을 보여드리려니 그렇다. 저희의 가장 큰 문제점 중에 하나다"면서도 "시간에 쫓겨 일을 했다면 비즈니스적인 그룹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타까운 건 빅뱅은 아티스트지만 YG는 비즈니스를 하는 대형 엔터 기업이란 사실이다. 상장 기업은 어느 정도 미래 수익이 예측이 돼야 하고, 일부는 실제로 실현돼야 한다. 빅뱅의 불확실성이 YG의 불확실성이나 거짓말로 직결되는 현실. 내년 2월로 예정된 탑의 군입대가 우려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빅뱅 멤버들은 "군입대로 인한 완전체 공백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딜레마에 빠져있다. 완전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슷한 시기 줄줄이 입대를 선택한다면, YG의 안정적인 수익에 구멍이 생긴다. 반대로 탑을 시작으로 최대한 입대 텀을 늘여서 솔로나 유닛 활동을 이어간다면 일부의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 동시에 완전체의 폭발력을 다시 만나는 시기는 한없이 늦어진다.
5인 완전체를 지속하고 싶은 멤버들의 마음은 하나라지만, 위기는 위기다. 다행히 좋은 음악를 선보였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는 게 위안할 거리다. 어쨌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앞으로 더 오래 함께할 빅뱅을 위해서도, YG를 위해서도.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사진=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