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방향 전환...중소형주 살아날 전망
[뉴스핌=김지완 기자]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소위 '강면욱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존 리 대표의 '메리츠코리아펀드'는 올해 25%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 같은 손실의 이유 중 하나는 국민연금이었다.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CIO)의 주도로 국민연금이 주식운용을 대형주 위주, 패시브(Passive) 전략으로 바꾸자 중소형주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 '강면욱의 저주'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패시브로 전환을 마무리하고, ‘BM(벤치마크) 복제율 가이드라인’을 폐지하기로해 중소형주가 살아난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펀드평가사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의 코리아펀드와 스몰캡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지난 9일 기준으로 각각 -25.16%, -28.27%을 기록했다. 이는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525개 국내 주식형 액티브펀드 평균 수익률 -5.0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3분기말 기준으로 전체 101조1000억원의 자금을 국내 주식에 투자중이다. 이 가운데 53.3%에 해당하는 약 54조원을 자체 운용한다. 강면욱 본부장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패시브 강화 전략’이 발표된 후 코스피200 내 대형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했다. 중소형주를 팔고 대형주를 산 것. 국민연금이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순매도한 규모는 5300억원 가량이다. 이는 지난 2007년 이후 10년만에 처음이다.
◆ 패시브 전환 마무리·BM복제율 가이드라인 폐지...중소형주 매수여력 확대
금융투자업계에선 국민연금 자체 운용자금의 패시브 전환이 일단락돼 중소형주 매도도 진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국민연금 패시브로 전환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였다"면서 “최근 중소형주 매도세는 상당부분 진정된 것으로 보아 국민연금 운용자금의 패시브 전환은 마무리 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지난 6월 주식위탁운용사에 하달한 ‘BM복제율 가이드라인’도 폐지된다. BM복제율 가이드라인은 위탁운용사들이 유형별로 정해진 비율만큼 벤치마크내 편입종목을 그대로 복제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대형주펀드의 경우 벤치마크 복제비율을 50%(내년 1월부터 60% 상향예정)로 규정해 나머지 50%이내에서만 펀드매니저 재량권을 인정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펀드의 고유특성을 침해하고 펀드매니저의 운용철학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 없어지는 것.
지영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지원실 팀장은 “앞으로 복제율, 매매한도 등에 얽매이지 말고 운용에 대한 자율성을 갖되 일관성 있게 운용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한나 IBK기업은행 자금운용본부 과장은 “복제율 가이드라인 폐지로 운용사들의 재량이 늘어나 중소형주 수급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면서 “복제율 가이드 규정으로 하반기 대형주 쏠림 현상이 심화됐는데 이것이 시장상황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규정을 다시 바꾸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은 현재 1,3,5년인 성과 평가를 3, 5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단기성과에 매몰되던 현상을 제거하겠다는 의미다. 지영혜 팀장은 “특정년도 시장 부진 상황에서도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변화는 메리츠운용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 "손실 컸던 펀드, 수익률 회복할 때 환매 폭풍"
다만, 메리츠자산운용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다. 손실이 컸던 펀드는 통상 원금 수준으로 수익률을 회복할 때 환매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7년 10월말부터 두달만에 4조6486억원을 끌어모았던 이 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51.33%까지 수익률이 추락했다. 2009년 69.12%, 2010년 12.45% 등 수익률이 회복되자 2009년 2292억원을 시작으로 2010년 7713억원, 2011년 8150억원 등 매년 대량 환매를 겪었다.
설정이후 수익률이 현재 -0.67%에 이르렀지만 설정액은 4401억원에 불과하다. 설정 당시에 비해 1/10 토막이 난 것이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