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ㆍ정몽구 회장 등 주말 검찰조사
경기악화ㆍ트럼프 리스크 속 전전긍긍
[뉴스핌=김신정 기자] 지난 주말 '최순실 의혹'으로 국내 7대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대기업들은 사태를 초조하게 주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 등에서 민원을 제기한 것이 드러날 경우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날 오후부터 시작된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 부회장이 검찰서 조사를 받은 것은 지난 2008년 2월,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소환된 이후 8년 만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했던 7대 대기업 총수들을 지난 토요일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면담 경위와 전반적인 대화 내용 등을 확인했다. 조사는 모두 총수들의 요구로 비공개로 이뤄졌다.
전날 소환조사를 받은 대기업 총수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5명이다. 지난 12일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소환됐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조사를 받았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렇게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검찰에 조사를 받게 되자 기업들은 연말을 앞두고 긴장 속에서 사태 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가성 있는 재단 모금지원이라는 정황이 드러나며 뇌물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이르면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 연말인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외 안팎으로 큼직한 이슈가 잇따라 그야말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당장 지금 내년 경영계획을 세우고 마무리 할 시점에서 기업 총수가 검찰에 소환되는 등 연말 기업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해 난감한 입장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현 국정이슈에 대기업 사명이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자칫 국민들 사이에서 이미지가 안좋아질 수 있어 염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대외적으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 총수들이 참고인 조사지만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대외적으로 해당기업의 이미지가 안좋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주 미국 대선에서 예상치 못했던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자 대기업들은 미국 시장, 더 나아가 해외시장에 대한 내년 전략을 다시 짜야 할 판이다. 대기업들이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플랜B도 준비했다지만 미국 언론조차 예상치 못했던 결과여서 전략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는게 한 대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순실 의혹을 조사중인 검찰이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삼성전자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35억원을 직접 송금한 것,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것 관련 증거를 찾기 위해서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중인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의 모습.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국내 기업에 있어 미국 시장은 수출 비중이 매우 큰 시장이다. 때문에 현재 해외법인 등을 통해 트럼프 인적 네트워크 찾기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글로벌 경기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국내 대기업들도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래저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로 외적으로 신뢰회복에 나서고 있고 LG그룹도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휴대폰 사업군의 1년 넘는 적자지속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도 올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급기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전 임원은 최근 임금 10%를 자진 삭감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글로벌 판매량이 후진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진그룹도 계열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열악한 경기상황에서 이번 국정농단 '최순실 의혹' 이슈에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휩싸이면서 대기업들은 임직원들의 성과급 잔치는 온데간데 찾아볼 수 없게 됐고, 우울한 연말을 보내게 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