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퓨전사극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서 왕소 역을 맡은 이준기 <사진=SBS> |
[뉴스핌=이현경 기자] 올 한해 사극열풍은 실로 대단했다. SBS ‘육룡이 나르샤’부터 KBS 1TV ‘장영실’,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MBC ‘옥중화’까지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종영한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과 SBS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도 픽션을 가미한 사극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내달 19일엔 KBS 2TV ‘화랑’도 방영한다.
당연히 사극 본좌들도 사극 열풍에 뛰어들었다. 김명민은 ‘육룡이 나르샤’로, 송일국은 ‘장영실’, 그리고 이준기는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들의 출연 소식만으로도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치솟았다. 하지만 사극 본좌라고 해서 모두가 웃을 수만은 없었다.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아쉽게도 제대 후 줄곧 사극만 고집한 이준기는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로 회심의 칼을 뽑아들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장영실'에 출연한 송일국(위), '육룡이 나르샤'에 출연한 김명민, '달의 연인'의 이준기(오른쪽) <사진=KBS, SBS> |
우선 시청률에서 크게 밀렸다. 50부작이던 ‘육룡이 나르샤’는 최저 11.6%(3회), 최고 17.3%(마지막회)를 기록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률은 상승했고 부동의 동시간대 1위를 유지했다. 4년 만에 선보이는 송일국의 복귀작 ‘장영실’은 최저 10.1%(5회), 최고 14.1%(7, 8회)를 기록했다. 30%를 웃돌며 일명 막장드라마로 불리던 ‘내 딸 금사월’과 동시간대 방송했음에도 대하드라마 ‘장영실’은 시청률 10%대를 찍었다.
이준기를 비롯해 한류스타가 대거 출연한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성적이 비참하리만큼 저조했다. 최저 5.7%(4회, 6회), 최고 11.3%(마지막회)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대하드라마 ‘장영실’의 최고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치. 20회 평균 시청률은 7.59%였고 동시간대 1위(닐슨코리아, 전국기준)는 20부작 중 고작 2회에 그쳤다.
더 아쉬운 건 사극본좌가 한명도 없던 ‘구르미 그린 달빛’에 큰 차이로 밀렸다는 것. ‘구르미 그린 달빛’은 김유정 정도를 제외하면 사극이 처음인 배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연기력은 이미 검증받은 20대 배우들이 주연자리를 채웠지만 말이다. 박보검과 곽동연, 그리고 아역시절부터 탄탄하게 연기력을 다져온 배우 김유정의 시너지가 제대로 터지면서 ‘구르미 그린 달빛’은 승승장구했다. 사극 본좌 이준기의 자존심이 구겨진 순간이다.
이준기는 제대 이후 줄곧 사극만 선택했다.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제대 후 네 번째 사극이다. 현대극인 MBC ‘투윅스’로도 일말의 성공을 거뒀지만 이준기는 연속으로 사극만을 고집했다. 이와 관련, 이준기는 ‘달의 연인’ 제작발표회에서 “사극만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오히려 배제하는 편”이라며 “다만 시대적 배경, 캐릭터가 다르기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거라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조선 총잡이'와 '밤을 걷는 선비'에서의 이준기 <사진=KBS 2TV '조선총잡이' MBC '밤을 걷는 선비' 캡처> |
그렇지만 이준기가 극중에서 그린 왕소는 전작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눈에 띄는 건 부모에게 내쳐진 상처와 아픔이 큰 인물이라는 점 정도. 아무래도 같은 배우가 계속 같은 장르를 연기한 탓에 톤, 호흡, 대사 처리가 겹치는 부분도 종종 보였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준기에게도 변화가 필요한 때다. 매체와 채널, 플랫폼도 다양해졌다. 지상파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케이블 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에도 발걸음을 옮길 필요가 있다.
이를 유연하게 잘 받아들이는 스타도 많다. 유아인이 대표적이다. 그는 영화 '베테랑'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재벌 3세를 잘 표현했고 이전 JTBC 드라마 '밀회'에서는 20세 연상녀를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를 소화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이전의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이방원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며 시상식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사극에 스스로를 가둔 이준기 역시 캐릭터 변신과 장르 변화를 통해 시청자와 거리를 좁힐 수 있지 않을까.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