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결정 인천2공장 생산능력 전체시장의 3% 불과
업계 "후육관 증설로 공급과잉 오히려 심화될 것"
[뉴스핌=전민준 기자] 중견 파이프(강관)기업인 하이스틸에 대한 원샷법 적용을 두고 철강업계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급과잉 해소라는 취지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기업에 정부지원이 이뤄졌다는 것으로, 또 다른 과잉공급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3일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하이스틸은 수년 전부터 가동률이 떨어진 인천2공장 매각을 검토해 왔다"며 "연간 230만t인 국내 소구경 파이프시장에서, 2만t에 불과한 설비를 폐쇄하고 과잉공급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다.
이어 "후육파이프 시장도 이미 포화상태로, 하이스틸이 고부가화를 내세우며 투자했지만 결국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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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초 하이스틸은 사업재개편 내용을 담은 원샷법 신청서를 제출, 정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소구경 파이프 생산공장인 인천2공장 매각과 고부가 후육파이프 라인에 투자한다는 것인데, 정부는 하이스틸의 사업 재편이 과잉공급 해소라는 강관업 구조조정 목적달성에 일조할 것을 기대하고 자금지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서는 곧 바로 의문을 제기했다. 전체 강관시장에서 점유율이 10% 미만인 하이스틸의 일부 설비폐쇄가 과잉공급 상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 특히, 하이스틸이 폐쇄를 결정한 인천2공장은 연산 2만t 규모로, 전체 시장의 3%에 불과하다.
강관제품이 정부의 공급과잉 업종으로 분류된 것을 이용해, 하이스틸이 특혜를 누릴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하이스틸이 당진에 도입하고 있는 후육파이프 설비가 고부가화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용 철강제품인 후육파이프는 유가하락에 따른 경기침체와 관련기업 증가로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이며, 세아제강과 같은 주요기업들도 관련 사업에서 큰 수익을 내지 못 하고 있다.
실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후육파이프 생산능력은 64만2000t으로 역대최대치에 이르나, 실제 생산량은 58만t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여기에 하이스틸이 가세하면 포화상태는 더 심해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하이스틸이 투자한 설비는 과거 중견기업이 운영하다가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매물로 내놓은 것"이라며 "결국 과잉공급 해소라는 것은 명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이스틸 3세 엄신철 상무는 "과잉공급 해소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구조조정안 발표와 원샷법 승인시기가 딱 들어맞은 운도 있지만, 하이스틸 입장에서는 주요 공장 하나를 떼어내는 중요한 결단을 한만큼 명확한 체질개선을 통해 책임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철강업계에서는 하이스틸에 대한 정부지원이, 강관기업들이 원샷법 신청을 꺼리는 주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질적으로 원샷법의 본 취지인 공급과잉 해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이와 관련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계기업의 자산을 인수하면 설비가 중복되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기존 설비를 다른 곳에 매각해야 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며 “하이스틸 원샷법 승인 후 당초 정부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