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저가수주가 위기 원인..차별화하고 시스템 강화해야"
"플랜트도 상업화 위한 파일럿 도입 등 철저한 검증 필요" 지적
[뉴스핌=조인영 기자] 정부가 퇴출이 거론되던 대우조선해양을 살려 빅3 체제를 유지키로 한 가운데 이들 3사의 '저가수주'가 한국조선을 위기에 빠뜨린 원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조선의 회생도 저가수주를 막느냐, 막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1일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위기극복의 최우선 과제로 상선 및 해양플랜트 수주 시 선수금환급보증(RG)을 제공하는 금융기관들의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 등 이른바 '빅3' 역시 포트폴리오 차별화로 건전한 수주를 지향해야만 장기 회생이 가능하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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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사진=뉴스핌 DB> |
정부는 지난달 3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군함 등 특수선 조기발주, '선박 신조 프로그램' 등으로 11조2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자구노력으로 대우조선은 55%를 차지하는 해양 비중을 30%로 축소하고, 직영인력도 41% 감축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도크 3개를 가동중단하고 분사를 진행중이며, 삼성중공업도 도크 1개 가동중단, 비생산자산 매각 등으로 몸집을 줄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부채비율(7000%)만 보더라도 자력으로 회생하기는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STX조선도 법정관리 간 이유가 저가수주 때문"이라며 "3개사 모두 같은 수주전에 뛰어들면 결국 저가경쟁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포트폴리오 변화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빅3가 상선에서 특화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해양플랜트에서도 경쟁력을 특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를 들어,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를 삼성과 대우조선이, 원유 시추설비는 삼성과 현대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국내 조선산업은 글로벌 조선사와의 경쟁이기 보다는 3사간 경쟁이 문제가 됐다. 사업 영역이 차별화되면 경쟁 강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해양플랜트에서 손실이 나고 있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높은 대우조선은 플랜트를 축소하는 대신 고부가가치 상선으로 경쟁력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조선사들의 실적 악화 주범인 해양플랜트는 리스크 대응을 강화하면서 시황 회복을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팀장은 "대우조선은 현재 가진 물량을 중심으로 축소해나가기로 방향을 세웠다. 현대와 삼성도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향후 계약 시 리스크 대응을 철저히 하게 될 것"이라며 "유가도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중심으로 감산을 논의하면서 약간씩 오르고 있고, 오일메이저도 손익분기점을 비용절감을 통해 많이 끌어내렸다"고 진단했다.
상선·플랜트 수주 시 외부의 검증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의 자구 노력도 중요하지만, RG를 발급하는 금융사가 보다 강력하게 브레이크를 걸어 저가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플랜트 기자재의 경우, 정부가 나서 국제적인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산화된 기자재를 상업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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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뉴스핌> |
김영훈 경남대학교 조선해양IT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국산화 개발, 벤더등록 등 많은 노력을 했으나 투입된 비용 대비 결과가 거의 없다. 실제로 쓰이지 않으면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만들어 해보는 수 밖에 없다"며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관련 공기업이나 지자체가 정부와 기업 컨소시엄 지원을 받아 해외 작은 유전개발건이라도 파일럿시스템을 만들어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장에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지금 같은 시황에선, 사업적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홍성인 팀장은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율이 일반 상선에 비해 굉장히 낮다. 검증된 기자재에만 수요가 있는 시장이며, 오일메이저들이 비용절감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조달리스트에 우리 기자재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형 조선사들도 기술개발로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조선해양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로 제조원가를 대폭 낮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영훈 교수는 "중소형 조선소를 위한 전용프로그램 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중소형 해운업체 지원 시 중형조선사들과 연계해 신조, 수리 등 다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업화가 가능한 부분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가 군함 발주 등으로 내수 시장을 살리는 것처럼 세계 시장 회복도 점진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홍 팀장은 "전체적으로 상선시장은 선박의 양이 많은 선복과잉인 상황이나, 노후선이나 효율이 낮은 선박을 중심으로 대규모 해체가 이뤄지면서 발주 자체도 줄어 균형을 점진적으로 찾아가고 있는 중간단계"라며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부정적이나 세계 경기가 나아지면 해상 물동량 측면에서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