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최악 시나리오 대비 본격화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금융권의 런던 엑소더스가 본격화되는 움직임이다. 대규모의 유럽 고객들 계좌를 보유한 은행과 인프라 프로젝트 및 채권, 파생상품 거래 비중이 높은 금융회사를 필두로 이르면 크리스마스 이전에 거점을 이전하겠다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년 3월 50조 발동을 앞두고 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크게 고조되는 양상이다.
런던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24일(현지시각) 영국 옵저버를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런던에서 영업중인 글로벌 은행들은 브렉시트 협상이 본격화되는 순간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에 본격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은행 로비 그룹인 영국은행협회(BBA)는 런던의 은행들이 이르면 연말 비즈니스 거점을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모가 작은 은행들은 크리스마스 연휴 이전 런던에서 발을 뺄 계획이며, 대규모 금융회사 역시 내년 초 영국을 떠날 것이라고 BBA 측은 전했다.
이와 별도로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상당수의 은행들이 런던의 비즈니스를 축소하거나 옮길 계획”이라며 “영업 규모가 큰 은행일수록 브렉시트와 관련된 불확실성에 적극 대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뿐 아니라 부동산 업계에서도 ‘엑소더스’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슈로더가 운용하는 부동산 회사는 프랑크푸르트에 새로운 오피스 빌딩 계약을 추진하고 있고, CBRE 글로벌 인베스터스와 스탠다드 라이프도 각각 더블린과 암스테르담으로 이전을 위해 오피스 공간을 물색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높은 파리와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보고서를 내고 브렉시트의 실질적인 파장과 이에 따른 리스크는 50조 발동이 이뤄지고 영국과 EU의 협상이 본격화될 때 비로소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독일을 포함한 EU 지도자들의 발언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최근 행보에서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게 엿보였고, 이로 인해 금융권이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소프트 브렉시트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매끄러운 협상에 대한 기대를 꺾어 놓았다.
영국이 EU를 탈퇴한 이후에도 단일시장과 연결고리를 유지하거나 예외적인 형태의 연합을 형성하는 일은 처음부터 생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브렉시트 협상 테이블은 난제들로 가득할 것”이라며 “모든 EU 회원국들에게 손실을 입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브렉시트의 잔인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