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적자...손실 규모 작년보다 배 이상 커져
[뉴스핌=강필성 기자] 중소기업의 성공 신화로 꼽혀왔던 한경희생활과학이 지난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진입했다.
이 회사는 2014년 대규모 적자 이후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부분 자본잠식 가능성 정도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납입자본금을 모두 까먹은 상태로 지속 경영을 보장하기 힘든 상태다.
24일 신용평가사 등에 따르면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 영업손실 195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적자폭이 늘었다. 순손실도 342억원으로 전년 보다 4배 이상 적자가 확대됐다. 주요원인은 매출 감소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경희생활과학의 지난해 매출은 3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3% 줄어들었다.
매출에 육박할 정도의 순손실로 인해 한경희생활과학은 적자 2년만에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전환됐다. 완전자본잠식이란 손실이 사내 이익·자본잉여금과 납입자본금으로도 메워지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쉽게 말해 회계 장부상 주식의 가치가 0이라는 이야기다. 상장사였다면 2년 연속 자본잠식은 상장폐지사유에 해당된다.
지난해 기준 한경희생활과학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03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금융당국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용평가사들은 이 회사의 세금계산서 등을 근거로 이런 실적을 역산했다. 이는 실질 재무제표와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기업들은 무상감자 및 외부 자금 수혈,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을 통해 위기를 벗어난다. 하지만 현재까지 한경희생활과학이 이런 조치를 취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올해 키즈케어 서비스 및 공기청정기 등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상황.
눈에 띄는 것은 오히려 사업이 아니라 분쟁이다. 한경희생활과학이 최근 미국 탄산수제조기 관련 기업 SDS(Sparkling Drink Systems International)에 4800만 달러(한화 54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SDS는 지난 2014년 한경희생활과학과 탄산수, 맥주 등을 제조하기 위해 판권, 제조협력 계약을 맺은 협력사다. 하지만 이들의 계약위반으로 100억원대 손해를 봤고,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더해 500억원 규모의 소송에 착수했다는 것.
만약 이런 소송이 있는 그대로 받아드려지면 한경희생활과학은 단번에 완전자본잠식 상황에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런 소송의 승소여부는 물론 얼마나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여전히 미지수인 상황. 만약 소송에서 만족할만한 배상을 받지 못하면 스팀청소기 사업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는 한경희생활과학에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