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 과도 '매수 기회' vs 정책 리스크에 투자매력 떨어져
[뉴스핌=정탁윤 기자] 삼성전자에 이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에 있는 한국전력의 주가 하락이 심상찮다. 우선 석탄 등 원료가격 상승에 따라 이익이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부터 꺾일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크다. 이에 더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이슈 등 정부 정책 리스크도 주가 하락 압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 주가는 지난 5월 고점 대비 20% 가까이 빠진 상태다. 연초 5만원대로 시작한 주가는 여름철 전력량 사용 증가에 따른 실적 기대감 등으로 상승, 5월 9일 연고점인 6만3700원을 찍었다.
이후 올해 사상 최대 폭염속에 전력 사용량이 급증했지만 가정용 누진제를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며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초 정부와 새누리당이 7~9월 가정용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20% 경감해 주기로 하면서 6만원대이던 주가는 5만원대로 추락했다. 전기요금 인하로 생기는 4200억원대의 비용 부담은 한국전력이 떠안기로 했다.
특히 외국인들의 이탈이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달 28일 부터 이달 12일까지 10일 연속 순매도했다. <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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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KTB투자증권> |
이 같은 한국전력 주가 하락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연간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과 배당 매력이 있기 때문에 최근 과도한 주가 하락이 오히려 매수 기회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서 보듯 정부의 과도한 통제로 중장기 계획을 제대로 실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떨어진 것 아니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신현준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료비 증가나 누진제 개편, 에너지신산업 육성 정책에 따른 석탄화력 발전 비중 감소 등 여러 악재가 있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높은 수익성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면서 "요금 인하 이슈가 해결된다면 저평가 및 고배당 매력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상 최대의 실적에도 불구 의미 있는 수준의 주가 하락을 겪고 있는 근원적 문제에 대한 고찰이 필요할 때"라며 "후진적인 발전 믹스와 정부 정책요인에 의해 통제되는 전기요금 체계, 그에 따라 중장기 계획을 제대로 실행할 수 없는 점 등은 한전에 대한 투자 제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11월로 예정된 정부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이 나와 불확실성이 해소될때까지 당분간 한국전력 주가는 횡보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행 6단계인 누진제를 몇 단계로 축소할지, 그에 따른 한국전력의 수입 감소분은 어느 정도일지가 나와야 향후 주가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 대처를 위한 통합된 에너지정책 논의도 없고, 이번 요금 체계 개편도 소위 면피용 요금 인하 정도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이렇게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래 논의는 없고 포퓰리즘만 있었던 과정에 대한 실망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