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심장사 등으로 美선 금지...“국내선 저용량이라 문제 없다” 반박도
[뉴스핌=박예슬 기자] #. 20대의 직장인 A씨는 만성 위장병으로 병원에서 ‘돔페리돈’ 성분이 든 약을 처방받아 1개월 가량 복용했다. 그러던 중 A씨는 갑자기 심한 불안감과 심장박동수 증가를 겪어 병원에 방문했다. 병원에서는 별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돔페리돈 성분을 끊자 이와 같은 부작용은 사라졌다고 한다. A씨는 그 뒤로도 돔페리돈 성분의 약은 절대 복용하지 않는다.
#. 임산부 B씨는 임신 후 심한 입덧으로 병원에서 돔페리돈 성분이 든 구토억제제를 처방받아 복용했다. 임신 중이지만 병원에서는 흔히 쓰이는 약인 만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심장 발작으로 이상증세를 일으켜 입원을 한 것이었다. 아이는 수개월의 병원신세를 지고 나서야 건강을 회복했다. B씨는 돔페리돈이 신생아의 심혈관이상을 일으킨다는 보도를 접한 뒤 아이의 증세가 자신이 임신 중 복용한 돔페리돈의 부작용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오심·구토 완화제인 ‘돔페리돈’의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돔페리돈은 내과에서 위장병, 구토 완화제로, 산부인과에서는 입덧 방지, 모유 촉진제 등으로 자주 처방되는 성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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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돔페리돈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전 의원은 전직 약사 출신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돔페리돈은 산모에게 투약할 경우 신생아의 심장질환, 심할 경우 급성 심장사(心臟死)까지 일으킬 수 있다. 위험성 논란으로 미국에서는 2004년부터 판매가 금지됐지만 국내에서는 소화제 등으로 처방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돔페리돈 수입량은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22톤(t)에 달한다. 연 평균으로는 약 3.6톤씩 국내에 들어왔다. 이 양은 성분으로 수입된 분량만 포함되기 때문에 ‘반제’나 ‘완제’형태로 수입된 돔페리돈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양이 수입, 유통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문제는 이 약이 특히 산부인과에서 주로 처방된다는 점이다. 돔페리돈은 입덧 완화나 모유촉진제 등의 용도로 많이 복용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연말까지 10개월간 전국 산부인과에서 돔페리돈 성분을 처방한 것만 7만8361건에 이른다.
식약처에서도 2015년 돔페리돈에 대해 신생아 심장 부작용 등의 경고를 허가사항에 추가한 바 있으나 여전히 일선 병원가에서는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이같은 우려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 모유수유의사회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국내에서 처방하는 돔페리돈은 대부분 30mg 이하의 저용량”이라며 “아직까지 국내에서 저용량 돔페리돈에 의한 심각한 유해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에 따르면 외국에서 발생한 돔페리돈 관련 부작용 건은 암 환자 치료 중 발생한 오심, 구토 증상 조절을 위해 정맥으로 돔페리돈을 주사했을 때 발생한 심장 부작용 혹은 120mg 정도의 과도한 용량을 복용했을 때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부작용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환자들도 있는 만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향후 돔페리돈의 안전성에 대해 전문가들을 소집, 약사심의위원회의 형태로 여러 의견을 청취하고 관련 연구를 분석한 뒤 필요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검토 중인 상태라 금지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박예슬 기자 (ruth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