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데자뷔… 여론조사와 실제 다를 가능성 우려
[뉴스핌= 이홍규 기자]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 엔화 강세에 베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여론조사 때처럼 상황이 급반전을 이룰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안전 자산인 엔을 미리 사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일주일 동안 엔화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이 6만8892계약을 기록해 지난 4월 기록한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엔화 매도 및 매수 옵션 프리미엄의 차이를 보여주는 3개월 리스크 리버셜(Risk reversal)은 1.26%포인트를 기록했다.
브렉시트 당시 달러/엔 환율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헤지펀드를 비롯한 외환 트레이더들은 지난 브렉시트 투표 때처럼 여론 조사가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우려하고 있다.
지난 3일 여론조사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차이는 3.7%포인트로 지난 9월 25일 2.4포인트보다 확대됐다. 다만 8월 중순 6.4포인트보다는 격차가 축소됐다.
이에 대해 유리존SLJ캐피탈의 스테판 젠 최고경영자(CEO)는 "대선 결과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시장은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를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브렉시트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일부 사람들이 여론 조사에서 진실을 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그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어 할 것이다. 하지만 투표장으로 들어가면 진실을 말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젠 CEO는 앞으로 6개월 안에 달러/엔 환율이 9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수준에서 약 10% 하락(엔화 강세)을 점친 셈이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경상수지 흑자, 일본은행(BOJ)의 통화 정책 한계 노출 등으로 절상 압력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 되면 브렉시트 이후 잠잠했던 달러/엔 시장에 일대 파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MFS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에릭 와이즈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엔은 브렉시트 이후와는 다르게 안전자산의 최종 도착지처럼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