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원 회장, SK네트웍스 경영복귀 후 분위기 급변…면세점 변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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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필성 기자] “SK네트웍스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의외라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본격화된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을 바라보는 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SK네트웍스가 5년간 면세점을 포함, 워커힐에 6000억원을 쏟아 붓겠다는 '통 큰'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동안 SK네트웍스는 시내면세점 경쟁구도에서 애매한 존재였다. 유통사업이 기업의 핵심 사업도 아니었고 면세점 관련 인력을 상당부분 떠나보낸 상황에서 시내면세점 사업권에 큰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것.
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의 이런 변화의 핵심에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자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신원 회장 <사진=SK네트웍스> |
5일 면세업계와 SK네트웍스 등에 따르면 워커힐면세점은 총 면적 5513평(1만8224㎡), 순수 매장면적 4330평(1만4313㎡)의 규모로 리뉴얼 될 전망이다. 기존 면세점에 비해 매장 공간이 2.5배 이상 넓어지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워커힐 리조트 스파’ 조성 비용 등을 합쳐 총 6000억원대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4년부터 진행된 투자를 감안하면 실제 투자비는 7000억원에 달한다. SK네트웍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803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5년치 수익이 워커힐에 투자되는 셈이다.
이번 시내면세점 특허권 취득에 SK네트웍스가 사활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말 면세점 특허권 만료 이후 빠르게 면세사업을 정리해왔다. 면세점 임직원을 상당부분 두타면세점으로 떠나보냈고 올 초에는 보세물류창고 사용권과 면세운영 정보기술 시스템을 두산에 매각하기도 했다.
출구 전략을 모색하던 SK네트웍스의 분위기가 일변한 것은 최 회장이 지난 3월 SK네트웍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다.
최 회장은 최근 투자계획을 논의하는 이사회에서 “워커힐면세점은 국내 유일의 도심 복합 리조트형 면세점이자 유커(중국 관광객) 유치를 선도해온 가치있는 곳”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차별화된 한류 관광 쇼핑 모델을 만들어 반드시 특허를 획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최 회장의 ‘워커힐 사랑’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
워커힐은 최 회장의 부친인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이 1973년 생전 마지막으로 인수하고 거주했던 곳이어서 최 회장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 SK네트웍스 측의 설명이다.
실제 최 회장은 이전부터 SK네트웍스, 그중에서도 워커힐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 왔다. 최 회장이 사촌동생이자 SK그룹의 오너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워커힐호텔을 달라”고 요구한 일화는 제법 유명하다.
여기에는 SK그룹 지배구조 문제가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 창업주인 고(故)최종건 회장의 사실상 장남이지만 SK그룹 내 별 다른 지분을 갖지 못한 상황이다. 최종건 회장의 동생인 고(故) 최종현 회장이 SK그룹을 이어 받은 탓에 그의 장남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의 지배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십수년 전부터 최 회장의 행보에는 늘 ‘계열분리’ 이슈가 따라다닌다.
여기에는 창업 회장의 애정이 서린 워커힐도 있지만 최 회장이 직접 경영을 맡았던 SK유통을 1999년 부실해진 SK네트웍스(당시 SK상사)에 합병시키면서 SKC 경영자로 물러났다는 점도 주효했다. 그렇게 본다면 그의 SK네트웍스 대표이사 선임은 사실상 17년만의 귀환이 되는 셈이다.
면세업계는 “최 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면세점을 되찾겠다고 공헌한 것은 SK네트웍스를 통한 계열분리를 요구하기 위한 명분을 쌓는 과정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그동안 SK네트웍스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못했던 그에게 면세점 폐점은 또 다른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런 최 회장의 바람이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특허권 취득에 실패했던 SK네트웍스는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꼽히는 롯데면세점, HDC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총 3장의 면세점 티켓을 두고 승패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오히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만약 면세점 탈환에 실패할 경우 이는 취임 첫해를 맞이한 최 회장에게 적잖은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
최 회장은 2009년 독자 사업을 위해 휴대폰 제조사인 SK텔레시스를 설립했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고 막대한 손실을 낸 뒤 SKC의 자금수혈을 받아야 했다. 현재 최 회장은 SKC와 SK텔레시스의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상태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권 취득 여부가 계열분리 이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최 회장이 적극적인 의지를 밝히고 사업을 주도하는 만큼 회사 임직원들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