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당일 오너의 쇼핑몰 점검…직접 제품 구매하기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9일 스타필드 하남의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강필성 기자> |
[뉴스핌=강필성 기자] “여기에 앉을 수 있는 자리 좀 만들어야지 않겠어요? 아이들이 있으면 힘들 것 같은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적하자 해당 스타필드 하남 내 직원과 이마트의 임원들이 그 자리에서 매장 구성에 대해 설명하고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신세계그룹의 야심작인 스타필드 하남이 정식 오픈한 9일 오전의 모습이다.
이날 9시 30분 그랜드오픈 기념식에 참석했던 정 부회장은 외빈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스타필드 하남 점검에 나섰다. 수행하는 인사도 이마트 및 신세계프로퍼티 임원으로 최소화 됐다.
이들의 분위기는 잘 만들어진 완성품을 뿌듯한 기분으로 바라보는 재계 오너 특유 시찰과는 정 반대였다. 정 부회장은 밝게 웃던 오픈 기념식과는 달리 굳은 표정을 지었고 임원들 사이에선 묘한 긴장감도 맴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 부회장은 매대의 구성, 상품의 종류부터 잘 나가는 상품까지 일일이 만져보고 수정을 지시하거나 애매한 부분에 대해 질문했다.
정 부회장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스타필드 하남의 라이프스타일 매장 메종 티시아(Maison Ticia).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에서 스타필드 하남에 처음으로 선보인 이 매장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 동선과 매대 구성, 제품을 일일이 체크하며 설명을 듣고 질문을 던졌다.
신세계그룹 고위 관계자는 “매장의 컨펌, 동선, 위치까지 모두 정 부회장이 직접 구상하고 체크했다”며 “일부 매장은 아예 갈아 엎은 곳이 있었을 정도. 전문 직원보다 더 전문가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화장품 매장에서 직접 화장품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강필성 기자> |
물론 시종일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이후 정 부회장이 방문한 유아용품 전문매장 마리스 베이비서클(Marie’s baby circle)에서는 유아간식 ‘스위트미 고구마’의 시식코너에서 “이거 내가 운동하면서 먹던 것 같은데”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이 매장에서 자녀를 위한 육아용품을 하나 구매했다. 실제 정 부회장이 스타필드 하남을 둘러보는 중간 중간에는 ‘쇼핑’이 곁들어졌다.
정 부회장이 이어 방문한 토이 전문매장 토이킹덤(Toy kingdom)에서는 레고 테크니카 ‘포르쉐911 GT3 RS’ 모델에 시선을 사로잡혔다. 가격을 묻는 정 부회장의 질문에 44만5000원이라는 직원의 답이 오자 정 부회장은 “직원 할인을 부탁한다”고 웃으면서 말하기도 했다. 그는 물건을 구매할 때면 휴대폰의 SSG페이를 이용해 결제했다.
이마트의 패션 브랜드 데이즈에서는 ‘라르디니’와 협업 슈트를 20여 개 입어보는 패션쇼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슈트를 구매할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중에 가족들과 와서 사게 될 것 같다”며 “주로 여가 시간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보내고 있고 자녀들도 그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 부회장의 스타필드 하남 시찰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일반 고객들의 반응이다. 그랜드 오픈 이후 진행되는 시찰이다 보니 일반 고객과 매장 곳곳에서 “부회장님 셀카 한번 찍어주세요”라는 요청이 곳곳에 벌어지는 것.
이날 약 2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정 부회장의 이동거리에서 고객의 촬영 요청은 4회에 달했다. 정 부회장이 이 요청을 외면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웃는 표정으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흔쾌히 응한다는 점은 다른 기업문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은 “프리오픈 이후 매장을 둘러보면 약 하루에 100번 정도 요청을 받는 것 같다”며 “이제는 거의 (스타필드 하남의) 미키마우스 같은 존재가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고객의 요청으로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필성 기자> |
정 부회장이 이런 모습은 스타필드 하남의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
정 부회장은 그랜드 오픈 기념식 직후 “오늘부터 고객, 언론, 협력사 분들에게 (스타필드 하남을) 평가 받아야 된다 생각하니 너무 떨리고 겁이 난다”고 토로한 바 있다.
실제 스타필드 하남의 모든 인테리어, 매장, 동선, 브랜드 선별은 정 부회장의 최종 결정과 점검을 받은 이후에나 실시된 것이라고 한다. 그가 쌓아온 유통의 업력과 경영철학, 비전이 스타필드 하남에 집약됐다는 이야기다. 정 부회장이 오픈 당일까지 현장을 둘러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 부회장의 심정은 ‘과제를 끝냈다’라는 성취감 보다는 성적표를 ‘과연 잘 했을까’라며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내 눈에는 단점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예를 들어 식당가의 경우 동남아 시장을 연상시키자는 구도로 만들고 싶었지만 너무 고급스럽게 만들어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미 직원들에게는 너무너무 잘했다고 칭찬하고 격려했지만 빨리 성공사례를 잊고 단점을 보완한 스타필드 고양을 준비하자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까지 스타필드 하남의 성적표는 제법 나쁘지 않다. 지난 5일 프리오픈 한 스타필드 하남의 방문객은 24만명을 넘어섰다.
정 부회장은 “아직까지 굉장히 좋은 성적”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