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취지 공감 불구 지표 선정에 형평성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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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우수연 기자] # 부산의 한 증권사 PB센터에서 근무하는 김명석(가명) PB팀장은 한달 동안 자산관리를 담당한 고객들에게 12% 수익을 안겨주면서 '7월 우수직원'에 선정됐다. 인사 고과 항목에서 '고객 수익률' 비중이 높아진 덕이다. 또 김 팀장에게 자산을 맡기면 꾸준히 수익을 내준다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신규 고객도 늘어났다. 기존 고객들도 신뢰를 더해가며 포트폴리오 전략 추천도 수월해졌다.
# 서울 이촌동 한 증권사 PB센터의 신진화(가명) PB팀장은 인사평가 시즌만 되면 머리가 아프다. 높은 인사 평가를 받기 위해선 어떻게든 고객 수익률을 높여야 하지만, 주로 보수적인 고객들이 많은 탓에 수익률을 높이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게다가 소신이 뚜렷한 전문직 고객들이 많아 PB 생각대로 상품을 추천하는 것도 쉽지 않다. 타 지점 PB들이 공격적인 운용으로 높은 인센티브를 받아가는 것을 보면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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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 고객수익률을 높이는 전략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인사평가에서 고객수익률을 반영하는 증권사들이 늘고있다. 다만 제도를 막 도입한 증권사들의 경우 형평성을 위해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대형증권사들은 직원 업무성과 KPI(핵심평가지표)에 고객 수익률을 반영하고 있다. 전체 성과지표에서 고객 수익률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10~30% 내외다.
지난 2012년 신한금융투자가 이 제도를 최초로 도입하며 업계 전반에 '고객수익률 중심'이라는 슬로건이 확산됐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도 잇따라 고객 수익률 지표를 평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고객수익률 성과 연동제를 도입한 신한금융투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제도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제도 도입 이후 자산 규모도 늘었을 뿐 아니라, 고객 수익률도 꾸준히 시장대비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신한금투 PB들이 자문하는 고객들의 평균 수익률은 5.7%로 시장 대비(코스피 2.4%) 선전했다. 올해 상반기 평균 수익률도 4.34%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0.46%)의 10배를 웃돈다.
신한금투 인사담당 임원은 "이제는 직원들 역시 고객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직원만이 회사나 고객에게 선택받는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인사평가에서 고객수익률 비중을 50%까지 늘렸다. 삼성이 지난해 2분기 관련제도를 도입할 땐 직접 비중(30%), 간접 비중(15%) 등 총 45% 가량을 고객 수익률과 연동해 반영해왔다. 제도 시행 직후 상위권 PB 100명 순위의 70%가 바뀌는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제도의 효과를 실감했다는 후문이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해 취임식에서 "고객 중심으로 회사 전체의 목표와 평가, 보상체계를 일원화시켜 상생의 성장을 추구하겠다"며 해당 인사평가를 도입하고 고객보호헌장을 선언한 바 있다.
다만 제도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고 증권사들이 안착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직원 각자의 '고객 수익률'을 평가 지표로 뽑아내는 작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은 여전한 상황. 한 증권사의 WM 담당자는 "고객의 성향이나 자산 규모, 포트폴리오 자산군에 따른 시장 효과가 모든 직원에게 동일하게 반영되지는 않기 때문에 고객 수익률이라는 잣대로 하는 일괄적인 평가는 왜곡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은 작년 2분기에 15%로 높였던 고객수익률 비중을 올해 상반기 10%로 다시 낮췄다. 해당 지표에 대한 효용성과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계속적으로 손질하는 과정이다.
NH투자증권 WM전략본부장은 "고객수익률을 평가 지표로 삼기에 아직까지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고객이 얼마나 영업직원의 추천을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수익률이 바뀔수 있고, 시황과 상품 운용에서도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NH투자증권은 직원의 상담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고객들을 선별하고 이들의 수익률 기준으로 인사평가를 시행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수정했다.
김 본부장은 "비중을 5% 낮췄다해서 전략적 중요성을 떨어뜨린 것은 아니다"라며 "직원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이는 고객 위주로 해서 지표의 변별력을 높였기에 직원들이 체감하는 고객수익률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