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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단상] 이 버스는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까?

기사입력 : 2016년07월15일 10:45

최종수정 : 2016년08월04일 17:32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일요일 오후. 집에서 빈둥거리는데 카톡, 울려왔다. 열었더니 이 그림이 올려져 있었다.
‘이 버스는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까?’
운전석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왼쪽과 오른쪽이 동일하다. 넌센스인가.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알쏭달쏭했다.
심심하던 차라 답을 찾아 나갔다. 구름의 모양과 높낮이가 다른 게 눈에 들어왔다. 저렇다면 기압차가 나지 않을까 싶었다.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바람이 부니 그렇다면...여기까지 별 근거도 없이 흘러가다가 아, 바람하고 버스하곤 전혀 상관없지, 바람이 동에서 불든 서에서 불든 버스는 종점을 향해 달리는 거지, 그에 미치자 내가 멍청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 친구들간의 단체카톡방을 닫고 쉬다가 다시 보니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차는 앞으로 가지.”
“그렇구나. 차가 앞으로 가야지 뒤로 가면 안 되지.”
“앞이 어디야? 왼쪽? 오른쪽?”
“유리창에 있는 허연 게 뭐지?”
일요일 오후 같은 한가한 농담들이 오가다가 나하고 비슷한 생각을 담은듯한 글이 올라왔다. 다른 친구가 “구름”이라고 말해주었고 거기서 뭔가 나올 것 같지 않았다. 녀석이 나처럼 함정에 빠진 것을 잠시 후에 깨달을 것을 생각하니 고소했다.
“왼쪽 바퀴 아래 흰 점 두 개는 뭐야?”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있었다. 차이를 통해 뭐라고 짚어내려는 노력이 가상했다.
“그건 모르겠네. 정답과는 관계 없어.”
역시 쌤통이었다. 그 두 개의 흰 점이 그림을 그린 사람의 실수인지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이 녀석 역시 잘못 짚은 것이다.
이런 저런 영양가 없는 이야기가 흘러가더니 한 녀석이 글을 올렸는데 눈이 번쩍 떠졌다.
“출입문이 안 보이니 왼쪽에 운전석이 있는 거지.”
“딩동댕. 맞아. 출입문이 안 보이지. 그렇다면 출입문은 그림의 반대편에 있는 거지. 출입문 맞은 편의 앞좌석에 운전석이 위치하므로 버스는 왼쪽으로 진행.”
읽으면서 탄성이 나왔다.
산책을 할 겸 집 밖으로 나서자 버스에 눈길이 꽂혔다. 출입문이 유독 눈길을 끌었고 과연 그 반대편에 운전석이 있었다.

저 문제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저런 상상이 떠올랐을 땐 기분이 얼마나 좋았을까 나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차도를 달리는 버스들을 평소와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며 걷는데 저쪽에 지팡이로 보도블럭을 톡톡 짚으며 맹인이 걸어가고 있었다.
방향은 정말 중요하다. 저 맹인이 만약 방향을 잘못 튼다면 엉뚱한 곳에 가게 될 것이다. 어디 맹인뿐이랴. 눈을 퍼렇게 뜨고 있는 우리도 그런 경우가 허다하다. 사업이든 사랑이든 뭐든 말이다. 개인적인 일에서건 사회나 역사적인 흐름에서건 올바른 방향 설정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막상 상황이 벌어진 순간에는 방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느 쪽이 가야할 곳인지 아득해진다. 상상력은 그래서도 필요하다.

카톡에 올려진 버스 그림에서 왼쪽과 오른쪽은 똑같다. 구름이나 바닥의 두 개의 흰 점은 아무런 상관 변수가 되지 않는 것이기에 버스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실마리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전혀 알 길이 없는 자체. 아무런 힌트가 없는 것. 그것이 바로 힌트인 것이다.
버스에는 출입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 출입문 없는 버스야말로 넌센스이다. 어디론가 승객들을 태우고 떠나야 하기에 버스 안으로 들어가고 나올 문은 필수이다. 그것이 그림의 버스에 없는 것이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그것은 반대편에 있을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면 무(無) 자체가 상상을 피우는 촉발제인 것이며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면이 보이는 것이다.

삶에 출입문이 있는 것일까. 이런 반격이 가능하듯 물론 삶은 단순하지가 않다.
삶과 죽음을 아울러 본다면 삶의 출입문은 죽음이다. 저 버스 그림으로 말한다면 삶은 죽음이라는 출입문 안쪽에 있는 버스의 내부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출입문을 출구라고 축소해 치환한다면 삶의 출구는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죽음이나 어떤 발견, 목표나 성공 등을 출구라고 할 수도 있다. 그 반대로 그 어떤 것도 출구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출구 없는 막막함. 출구라고 일컬어지는 것들도 본질적으로 보면 허구인 것. 삶도 허구일 수 있는 것. 그 허구스런 삶에 출구가 있다고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며 의미가 있는가. 허무주의적인 이런 생각에 의하면 출구라는 말이 무의미하고 비본질적으로 여겨진다.

삶은 이렇듯 간단하게 규정될 수 없는 복잡성이라서 이 버스 그림이 삶으로 곧장 은유될 성격은 아니다. 그렇지만 본질적이거나 복잡한 것은 제쳐두고라도 웬만한 사안들에 대해선 이 버스 그림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물론 저 버스가 무조건 왼쪽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운전수가 후진을 할 수도 있고 차 내부의 구조가 다른 영국의 버스라면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점들로 인해 저 문제의 장점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혼란을 피하고 싶다면 문제에 제한 사항을 두면 된다. 놀라운 통찰을 머금고 있는 저 한 장의 버스 그림 역시 한 바퀴를 돌려 본 볼펜처럼 나는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음으로서 전부를 암시하고 있는 것. 방향을 품고 있는 무방향. 존재를 머금고 있는 무(無). 그런 암호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을 저 버스 그림은 품고 있다. 문제를 보자마자 나는 멍한 기분이 들었고 내 친구들도 그 비슷했을 것이다. 일종의 마비 증세이다.
왜 그럴까. 우리는 왜 저 버스에서 출입문을 의식하지 못했을까,
집과 문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런데 차와 문은 왜 그렇게 되지 않을까.
고정된 건물로서의 집(수상가옥이나 몽고의 게르같은 가옥들은 아니지만 대체로),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오래된 집의 그림에 만약 문이 그려져 있지 않다면 우리는 금방 의식할 수 있을 듯 하다. 적어도 저 버스 그림에서 출입문을 의식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단 빠를 것 같다.
두 개가 같은 문임에도 왜 인지 가능과 인지 불능으로 갈라져 나갈까. 혹은 인지하는 데에 시간 차이가 날 수 있을까. 고정과 유동, 긴 역사성과 짧은 역사성, 그런 탓도 있을까. 이것 말고도 의외의 복잡한 이유들이 숨어 있을 것이며 저 문제를 보자마자 멍해진 까닭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를 것이다. 이런 또다른 문제의식 즉 사람들의 맹점을 짚어주고 그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준 것으로도 저 버스 그림은 훌륭한 것이며 그것을 고안해낸 사람은 출처를 알 길이 없어 가닿을 수 없지만 단순함 속에 놀라운 포인트들을 장착한 멋진 세계를 창조한 것임에 틀림없다.

삶이 갈수록 퍽퍽해지고 세상이 과연 어떻게 되고 그 방향이 뭔지 어지럽게 흘러가고 있다. 헤매고 부대끼다 보니 열심히 살아간다고들 하지만 자신의 삶이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회의가 들 때도 있다. 학생, 선생, 샐러리맨, CEO, 가정주부 누구나 할 것 없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어지럽게 흘러가다보니 의미 있는 맥점들도 놓치고 만다.
나 역시 그럴 때가 찾아오곤 한다. 지긋한 관조나 내 나름의 방법이 중요하겠지만 때론 저 버스 그림도 떠올려야겠다. 아무런 실마리도 단초도 없는 막막함. 바로 그 자체가 선명한 방향을 품고 있는 가능성이자 나자신의 맹점을 되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니 말이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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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항고심 결정 초읽기…정부 의료개혁 분수령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법원이 16일 정부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 집행정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16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 배상원·최다은 고법판사)는 전공의와 교수가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정책을 멈춰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론을 16일 또는 17일 내릴 전망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법원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에 따라 2025학년 2000명 의대 증원 정책 추진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4.05.13 yooksa@newspim.com 이번 항고심의 쟁점은 '원고 적격성'이다. 1심은 의대 증원 처분의 직접적 상대방은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며 항고심을 제기한 의대생은 정부 정책에 다툴 자격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반면 2심은 '원고 적격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법원은 정부에 5월 중순까지 대학별 모집인원을 최종 승인하지 말라며 정부가 결정한 2025학년도 증원 규모에 대한 근거 자료를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법원의 요청에 따라 의대 증원 결정에 대한 근거 자료 47개와 2개 참고 자료를 냈다. 의대 증원을 논의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보정심) 회의록,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을 제출했다. 반면 의료현안협의체와 의대정원배정위원회는 보정심과 의사인력전문위원회와 달리 '법정 협의체'가 아니라 회의록 기록 의무가 없다. 정부는 회의 결과를 정리한 문서와 관련 보도자료를 함께 제출했다. 법원은 정부의 자료를 근거로 2025학년도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한 객관성과 절차적 정당성 여부 등을 검토한다. 정부의 바람대로 법원이 각하 혹은 기각(원고의 소에 의한 청구나 상소인의 상소에 의한 불복신청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배척하는 판결) 결정을 내리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객관성을 인정받아 예정대로 추진된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다면 2025학년도 2000명 증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원 재항고, 본안소송 등 추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재항고 소요 기간을 감안하면 대학별 입시요강이 확정 공시되는 이달 말까지 결론이 나오긴 힘들기 때문이다. 입시 일정 또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법원의 결론에 따른 의료계의 복귀 여부도 주목된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15일 법원이 의대 정원 증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진료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인용 결정)이 않기를 희망하고 그렇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용 결정이 나면 즉시 항고해 대법원판결을 신속히 구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dk1991@newspim.com 2024-05-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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