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주간사'로 흥행기반 마련...권선주 행장은 '영화계 미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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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개봉 전부터 화제다. 리암 니슨이 국제연합군(UN군) 최고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 역으로 출연, 이정재-이범수와 만난다. 종종 우리나라 영화에 헐리우드 배우가 출연한 적은 있지만, 리암 니슨 급의 스타는 없었다. 이른 바 역(逆) 한류의 시작이라는 평가다. 우리나라의 콘텐츠, 자본, 제작기술에 국외 스타를 섭외에, 이를 다시 수출하는 첫 시도다. 이 영화는 8월 북미에서도 상영된다. 제작비만해도 160억원이 들어갔다.
이런 영화를 자본금 7억원에 불과한 소규모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가 만드는 일은 대단한 도전이다.
이러 도전이 가능했던 이면에는 그 동안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콘텐츠 투자 경험을 살려 최근 ‘투자주관사’로 변신한 IBK기업은행이 있다. 기업은행은 시나리오 분석, 흥행 전망, 투자자 모집 등 영화제작 첫 단계부터 직접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영화가 20~30% 가량 제작된 이후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실상 제2의 제작자 역할을 하는 셈.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 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인천상륙작전’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그 출발점은 지난 2013년 7월 신설한 콘텐츠투자부로 그 동안 콘텐츠 투자 노하우를 쌓아왔다. 타 은행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조직이다. 투자한 영화를 보면 명량대전, 국제시장, 연평해전 등 대박 작품부터 검사외전, 수상한 그녀 등 '중박'작품 등 다양하다.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인천상륙작전과 같은 블록 버스터를 제작한다고 하자, 투자자 물색이 어려웠다. 그런데 기업은행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추진중인 강소 콘텐츠기업 육성 프로젝트에, 태원엔터테인먼트도 끼어 넣었다. 태원이 이 영화를 제작한다고 하자, 기업은행이 투자주간사로 나서 먼저 20억원을 투자금으로 내놓고 다른 투자자도 모집했다.
정성희 기업은행 문화콘텐츠부 팀장은 “영화는 재료(시나리오, 배우, 사회분위기 등)가 뿔뿔이 흩어져 있어 제작과 흥행 판단이 어렵다”면서 “내부에 외부전문가그룹을 두고 은행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투자주간사로 나설 수 있었고, 우리가 직접 투자자에게 설명회를 열어 투자를 유치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VC)들이 대거 참여했고 영화 제작으로는 처음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5억원을 모았다. 기업은행의 자회사 IBK투자증권이 운영하는 IBKS문화콘텐츠투자크라우드펀딩이 일정 흥행 이상을 거두면 실적에 따라 수익을 더 주는 ‘이익참가부사채’라는 투자 수단을 처음 소개했다.
관객수 500만명을 넘어서야 수익을 돌려주는데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5.6%, 600만명 이상은 15.6%, 700만명은 25.6% 등 최대 54.6%(1000만명 도달 시)의 수익을 준다. 반면 450만명 미만 시 20% 손실, 300만명 400만명은 40% 손실, 300만명은 60% 손실을 본다.
기업은행이 투자주간사로 나선 투자는 인천상륙작전이 두 번째로, 연평해전이 첫 시도였다. 당초 연평해전 제작사는 CJ엔터테인먼트에 투자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러자 기업은행이 투자주간사로 나서 투자자를 모집해 제작비를 마련했다. 정 팀장은 “연평해전은 시장에서 흥행이 안 된다고 했지만, 우리는 제작될 필요성이 있는 영화라고 봤다”고 했다.
기업은행이 유독 문화 콘텐츠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는 최고경영자(CEO)의 철학이라는 게 내부 해석이다. 조준희 전 행장은 “일본에 지점장으로 일할 때부터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을 느꼈다”면서 행장이 된 2012년 1월 금융권 최초로 문화·콘텐츠 기업 지원 조직을 구성했다.
권선주 현 행장도 문화콘텐츠‘팀’을 ’부’로 승격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권 행장을 "한국 영화계의 미다스 손"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에 2015년까지 7300억원을 투입하고 올해도 25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