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 인상 연기·참의원 선거 등 시장 영향 봐야
[뉴스핌=이에라 기자] 일본펀드에서 자금이 빠르게 빠지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선언 후 이어진 엔화가치가 강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환매하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본 정부가 최근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면서 일본 증시가 상승하고, 엔화도 저점에서 반등하는 모양새다.
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일본펀드에서 올들어 지난 3일까지 1018억원이 순유출됐다. 이 가운데 967억원이 최근 석달 사이에 집중됐다. 이는 해외펀드 자금 유출액 중 가장 많다. 현재 전체 일본펀드 설정액은 9510억원 가량이다.
수익률도 글로벌 평균보다 낮다. 올해 -11.17% 수익률로 글로벌 펀드 평균 성과(-1.20%)를 크게 밑돌고 있다. 개별펀드들은 줄줄이 손실을 내고 있다.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이 -30%까지 떨어졌다.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일부 펀드만 플러스 수익률이 좋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다이와일본밸류중소형증권자투자신탁1(UH)(주식)종류C-I는 연초 이후 6.06% 이고, 삼성자산운용의 일본중소형FOCUS증권자투자신탁UH[주식]_C1은 5.07%였다. 스팍스자산운용의 본재팬증권자투자신탁UH[주식]A는 3.21%의 수익률로 뒤를 이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년 전 2만952.71까지 올랐다. 하지만 올 2월 1만4865포인트까지 떨어졌다. 30% 가까운 급락이다. 엔화 강세와 미국 고용부진에 발목이 잡히며 전날에도 4주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올 1월말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엔화 값이 뛰면서 기업 실적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5.55엔으로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기 직전에 해당하는 2014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일본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하고 나섰다. NH투자증권은 일본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에서 '중립'으로 상향했다. 최근 일본의 소비세 인상으로 경기 부양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7월 참의원 선거를 통해 아베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강화될 수 있다는 계기가 될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동완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차장은 "소비세 인상이 지연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재정적자 개선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재정적자 부담이 감소될 수 있는 가능성도 줄고, 정책 일관성에 대한 의문감도 생기는 점이 중장기적으로 우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경기지표 개선이 확인 되지 않으면 다시 비중확대로 올라서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저가매수에 나서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데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다만 기존 투자자들이라면 환매에 동참하기 보다 지표 개선 등을 기다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유동완 차장은 "현재 추가적으로 일본펀드에 불입하는 것은 애매하지만, 기존 투자자들은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지금 당장 발을 빼는 것은 투자 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일본 담당 애널리스트는 "소비세 인상 연기를 통해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단기적으로 전세 상황이 개선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엔저가 진행되거나 기업 펀더멘털이 개선되야만 일본 증시 상승 국면이 예상되는데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일본 주식에 대해 당장 신규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인덱스 전체보다는 내수산업이나 특정 섹터로 직접 투자하는 것을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