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은행채, 정부가 받쳐주고...상업은행채, 여전히 안정적
[뉴스핌=백진규 기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이슈로 은행 부실채권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서 은행이 발행한 은행채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3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1.87%로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대기업여신의 부실채권비율은 4.07%로 전분기 대비 0.31%p 상승했다.
국책은행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1분기 KDB산업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1년만에 4%p나 증가한 6.7%를 기록했다. 수출입은행은 부실채권 비율 3.35%에 BIS비율 9.89%로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BIS비율이 10%아래로 내려갔다.
◆ 국책은행, 대한민국만 안 망하면 괜찮다
하지만 은행채 가격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 직격탄을 맞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채권은 시장 상황과 별개로 정부 신인도에 따라 채권 안정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특수은행법으로 명시했듯이 최대주주인 정부가 뒤에서 백업하고 있는 산금채 수은채 스프레드가 커질 이유가 없다”며 “국책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은 해외에서 여전히 인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에도 수출입은행은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발행한 해외 채권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 연구원은 “국내외 채권시장에서는 국책은행의 건전성을 매우 양호하게 보고 있다”며 “예전에 산금채 가격이 하락했을 때는 산업은행 민영화 이슈가 불거졌을 때”라고 덧붙였다.
◆ 시중은행, 주식은 떨어져도 은행 채권은 안전하다
구조조정 이슈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은행채도 마찬가지다. 최근 조선해운 업계 불황으로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시중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더 늘어났고 BIS비율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충당금을 더 적립하는 만큼 수익률은 악화될 수 있지만 이 때문에 은행 자체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은행채 발행이나 유통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은행채는 만기가 3년 이하로 짧은 편이라 더 안정적이고, 코코본드같은 장기물의 경우에도 채권가격 변동은 감지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기업 부실 위기가 심화되면 회사채 여전채 공사채 가격이 은행채보다 더 많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은행채를 사들이는 기관투자자들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채는 보험, 은행, 기금 등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위해 매입한다. 이에 일반적인 산업 이슈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박다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주식에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아 이슈에 끌리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은행채의 경우 ‘정말 은행이 망할 것인가?’로 안정성을 판단한다”며 “이전의 금융위기 경험과 엄격해진 회계기준으로 인해 은행채 안정성은 더 커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같은 대형 재료가 아닌 이상 은행채는 산업 이슈와 분리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