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까지 신규부지 선정…유치지역 보상수준 관건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정부가 포화 직전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을 처리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앞으로 12년 뒤인 2028년까지 적합한 부지를 선정해 지하연구시설(인허가용)과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함께 건설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의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중간저장시설은 2035년, 영구처분시설은 2053년에 각각 가동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주형환)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 26일 행정예고하겠다고 밝혔다.
◆ '공모식' 부지선정 시험대…지역갈등 넘어야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준위 방폐물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하지만 정부의 계획에 대해 벌써부터 다양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공모를 통한 부지선정 방식이 안착할 수 있을 지 관심이다.
정부가 고준위방폐장 건설을 추진한 것은 1983년이다. 역대 여러 정부에 걸쳐 총 9차례나 추진됐지만 모두 무산됐다. 특히 지난 2004년에는 부안군수가 지역여론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방폐장을 유치하려다 이른바 '부안사태'를 유발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주민의 여론을 최우선으로 반영해 '공모방식'으로 신규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유치에 적합한 지역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 방식으로 선정할 것"이라며 "기본조사를 통과한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의사를 최종 확인하는 절차를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주민의 찬성률을 높이려면 결국 만족할 만한 보상 수준이 관건이다. 중저준위인 경주방폐장의 경우 경주지역에 약 3000억원이 보상됐으며 발전소가 부담하는 폐기물 처리비용의 일부가 해당 지자체로 지원된다.
하지만 위험도가 훨씬 높은 고준위방폐장의 경우 훨씬 높은 수준의 보상액이 요구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중저준위 핵폐기물보다 백만 배나 더 방사능이 강한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도 돈으로 매수하는 방식을 쓸 것이냐"면서 "돈을 앞세운 주민투표 방식은 지역갈등을 조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관련법 제정 시급…국회 '협치' 기대
정부가 제시한 로드맵이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사회적 갈등이 동반되는 현안에 대해 국회가 진정한 '협치'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산업부는 6월 중순 공청회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7월경 총리주재 원자력진흥위원회를 거쳐 로드맵을 확정하고, 부지선정 절차 등을 담은 '고준위방폐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가 2028년까지 부지를 선정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사실 여유로운 일정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준위방폐장 건설에 착수한 핀란드의 경우 17년이나 걸렸고, 다른 원전 선진국들도 난제를 푸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때문에 국회가 관련법 제정과 사회적 갈등 해소에 앞장서느냐, 아니면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오히려 불확실성을 확대하느냐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당초 공론화위원회가 단계별 구체적인 시기를 못 박았지만 정부가 그저 소요기간만 로드맵에 담은 것도 바로 국회의 불확실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표 참고).
공론화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던 조성경 명지대 교수(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는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을 한 곳에 건설해 운영한다는 것은 현실을 반영한 최선의 결과"라면서도 "각 단계별 건설 및 운영시기를 명시하지 않고 소요기간만 제시한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