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식 발표 금액 중 10% 무산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메가톤급 기업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루면서 행복한 비명을 질렀던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초 이후 M&A 불발이 사상 최고치에 이른 것. 지난해 2007년 금융위기 이전 기록을 깨뜨리며 사상 최대 M&A 기록을 세운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셈이다.
1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식 발표됐던 5조달러 규모의 기업 M&A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5040억달러가 무산됐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에 따라 지난해 M&A 규모는 사실상 4조600억달러로 줄어들었고, 2007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4조9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오피스 디포와 스태플스의 63억달러 규모 M&A 계획이 무너지는 등 지난 11일 하루에만 210억달러의 딜이 수포로 돌아갔다.
감독 당국의 반독점 규제가 M&A의 커다란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등장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해당 업체와 투자은행(IB)이 자초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통폐합이 상당 부분 이뤄진 시장에서 무리하게 대어급 M&A에 나선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비판이다.
오피스 디포와 스태플스의 합병 계획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게 되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여지가 높다며 반기를 들었다.
같은 날 유럽연합(EU)도 CK 허치슨 홀딩스의 102억5000만파운드(148억달러) 규모 텔레포니카 사업 부문 인수를 저지했다. 예정대로 합병이 이루질 경우 시장 경쟁을 가로막는 한편 서비스 가격을 가파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합병을 가로막은 배경이다.
로펌 앨런 앤 오버리의 에릭 슈브 파트너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기업과 IB 업계가 감독과 관련된 리스크를 과소평가했다”며 “독과점 방지에 근거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대응도 미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00억달러 이상 메가톤급 M&A 발표가 총 17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0~2014년 사이 발표된 총 35건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5억달러 이상 M&A도 총 33억달러로, 2014년 22억달러에서 50% 급증했다.
하지만 M&A 규모가 정부 측의 제동을 부추긴 유일한 배경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1년 6개월 가량 진행됐던 할리버튼의 베이커 휴스 인수가 무산된 것은 유전 서비스의 선택 폭을 제한해 결국 유가와 휘발유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국가 차원의 이익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이유로 재무부가 차단한 M&A도 상당수에 이른다. 화이자의 알러간 인수 계획이 무산된 것이 이 같은 사례에 해당한다.
재무부는 1600억달러 규모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미국 정부의 세수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이유로 반기를 들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A 무산에 따른 은행권 손실이 3억달러를 웃도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천문학적 규모의 M&A 움직임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제약업체 바이엘은 종자 회사 몬산토를 400억달러에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