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국채 보유 비중 수직 상승..잠재 폭탄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을 중심으로 장기물 국채 발행이 기록적인 규모에 달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여파로 국채 수익률이 바닥권으로 떨어지자 100년 만기 국채 발행이 꼬리를 물고 있다.
초장기 국채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국채가 7조달러에 이르면서 달리 수익률을 확보할 묘책이 없기 때문이다.
주요 통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투자자로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는 셈이다. 채권 만기가 길수록 시장금리 등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때문에 초저금리에 발행된 장기물 국채 가격이 소폭의 시장금리 상승에도 가파르게 하락해 커다란 손실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저금리와 최장기물 국채 발행이 봇물을 이루는 데 대해 투자자들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떠안는 리스크가 결국은 국채를 발행한 정부에 전가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국채를 사들이는 세력이 다름아닌 과거 위기 당시 구제금융으로 회생한 은행과 보험사이기 때문.
이 같은 현상은 유로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탈리아 은행권이 보유한 자국 국채 물량이 10%를 넘어섰고, 스페인 은행권의 국채 보유 비중도 9%에 이르는 등 유로존 은행권 대차대조표에 국채가 눈덩이로 쌓이는 실정이다.
은행과 보험 업계가 적극적인 ‘사자’에 나서자 각국 정부는 장기물 국채 발행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스페인은 50년 만기 국채를 사상 처음으로 자산시장에서 발행했다. 5~10년물 국채 발행으로 저리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지적이다.
앞서 3월 말 아일랜드는 1억유로 규모로 100년 만기 국채를 불과 2.35%의 수익률에 발행했고, 4월 말 벨기에 역시 1억유로 규모의 100년 만기 국채를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이 밖에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로존 회원국들 사이에 30~50년 만기 장기물 국채 발행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후폭풍이 금융권은 물론이고 해당 국가도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013년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이 1%포인트 올랐다면 은행권 자본이 15% 증발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은행권 주가 하락이 시장의 경계감을 드러내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유로존의 50개 대형 은행 주가를 반영하는 유로 스톡스 은행 지수는 연초 이후 22% 급락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