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 이익 전망 연이어 하향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증시가 뉴욕증시에 비해 사상 최대 폭으로 저평가됐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매수는 좀처럼 점화되지 않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동성 공급에 공격적으로 나선 데 따라 정책적인 여건도 우호적이지만 주식시장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을 제시하지 못하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유럽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은 미국 S&P500에 비해 무려 38% 낮은 상황이다. 이는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괴리다.
유로존 <출처=블룸버그통신> |
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유럽 증시가 미국에 비해 16년래 최대 폭으로 저평가 받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펀드매니저들은 최근 수치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연초까지 유럽 증시의 랠리에 대한 기대가 뜨거웠지만 실상 매수보다 매도가 우세한 상황이다.
이날 UBS에 따르면 올들어 유럽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 2008년 이후 최장기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 관련 ETF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CB의 부양책에도 유로화가 올들어 상승 흐름을 탄 데다 유로존의 경기 회복이 부진해 기업 이익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투자자들의 매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UBS는 이날 투자 보고서에서 유럽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확신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또 각 섹터별 이익이 미국과 간극을 좁힐 것이라는 기대도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밸류에이션 괴리가 투자자들의 ‘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의 향후 12개월 유럽 기업 이익 전망은 연이어 하향 조정되고 있다. 미국 S&P500 기업의 이익과 매출액 역시 3분기 연속 감소했지만 유럽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는 지난 5년간에 걸쳐 미국에 비해 악화됐다.
2011년 5월 이후 S&P500 기업의 향후 12개월 주당순이익 전망치는 17.3% 증가한 데 반해 유럽 스톡스600 기업에 대한 이익 전망치는 11.3% 감소했다.
이익 전망이 턴어라운드를 이루지 않을 경우 상대적인 저평가에도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리스크가 유럽 경제 전반을 압박하고 있는 데다 ECB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에도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가까운 시일 안에 턴어라운드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중국 경제의 후퇴 역시 독일 기업들을 포함한 유럽 수출 업체에 악재로 꼽힌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