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광수·이지현·허정인 기자] 오늘 주제가 '4차 산업 혁명으로 대한민국을 살리자'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주제를 시의 적절하게 선정하신 것 같다. 우리나라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지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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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용 서강대 교수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뉴스핌 창간 13주년 기념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2년 앞선 대한민국 만들기, 핀테크산업부터'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이해하면 지금 나타나는 여려 현상이 설명될 수 있다. 인류가 겪은 산업혁명을 잘 보면 새로운 혁명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보인다. 그 당시 살았던 분들의 믿음이 파괴되면서 새로운 질서가 생기는 것이라 보면 된다.
산업혁명 이전만 해도 생산이 장인의 손에 의해서 제조됐다. 그 때 중요했던 것은 손기술이나 장인정신이었다. 그러나 기계나 방직기술이 나오면서 기계를 이해하는 법, 기계를 활용하는 법이 중요시 되기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노동력 계층이 직장을 잃기도 하고 새로운 잡이 생기기도 하고, 이러한 혼란이 있었던 때가 산업혁명이다.
산업혁명의 파고를 잘 탄 국가들과 산업혁명을 거부했던 국가들이 100년 지나면서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4차 산업은 디지털 혁명의 시대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제는 컴퓨터가 인간의 지식노동을 대처하고 있다. 모바일이나 컴퓨팅 기술이 개인과 개인을 직접적으로 연결시켜주고, 새로운 사회구조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 디지털 혁명이다.
단순한 지식 노동을 컴퓨터가 대처하면서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파괴되고 있다. 단순한 지식 노동이라고 했지만 사실 상당히 고급 지식들이다. 법률, 의료 등을 컴퓨터가 대체하고 있다. 아주 파괴적이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축에는 공유경제도 시작되고 있다. 공급자가 모아서 수요자에게 제공했던 이제까지의 경제 패러다임이, 이제는 공급할 수 있는 사람과 수요하는 사람을 직접 연결하는 식으로 변하고 있다. 중앙에서 모아서 공급했던 경제질서가 파괴되고 있다.
기업에는 직접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 어딜 가도 있었던 보더스라는 서점이 2011년 파산했다.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중앙에서 책을 모아서 유통망을 통해서 보급했던 서비스들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면서 더 이상 필요 없게 됐다.
너무나 유명한 블록버스터도 마찬가지다. 2014년에 파산했다. 온라인으로 영화를 제공하는 넥플릭스가 나오면서 수익성을 잃게 됐다. 모두 디지털혁명시대에 나오는 현상들이다.
핀테크는 금융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다. 디지털 혁명 시대에서 금융분야에 나오는 새로운 혁신이다. 디지털 기술이 새로운 혁신 가치창출의 중심이 되고, 그 디지털 혁명이 금융분야에서 일어나는 게 핀테크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제까지의 은행이라는 큰 조직이 금융서비스의 재원들을 모아서 수요자에게 나눠주는, 보더스, 블록버스터 처럼의 형식이었는데 이제는 직접 연결이 가능하게 변했다.
랜딩클럽이라고 2006년에 설립된 미국 회사가 있다. 우리가 돈을 빌리려면 은행에 가서 자산이나 월급 등을 따져 신용평가를 거쳐 돈을 빌려줬다.
여기서 사람들은 미스매치가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이자가 2%도 안 되는데, 도리어 저축하면 돈을 내야 하는 시대가 온다는데, 어떤 데는 신용이 조금만 떨어지면 30%까지 이자를 줘야 하고 이런 것들이 생겼다. 이런 연결을 모바일로 해결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기존의 신용평가 방법을 넘어서 모바일상 데이터를 활용해 돈 빌려줄 수 있는 사람과 돈 빌리는 사람을 매칭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SNS 평판 등을 고려해서 정확하게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다는 거다. 어떤 사람은 저렴한 이자로 대출을 해줄 수 있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등 그런 일이 가능하다.
이제 이런 것이 대출뿐만 아니라 해외 송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만약 영국에서 체코로 송금해야 할 일이 있는데, 체코에서 영국으로 보낼 일이 있다면 수수료를 상쇄하면 된다. 이런 게 모바일을 통해서 가능해지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도 화두다. 돈 많은 사람들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는 게 아니라 돈이 없는 사람도, 돈이 없는 사람도 자산관리 받아야 된다. 핀테크 시대가 열리면서 저렴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금융소외계층도 사용할 수 있는 일이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금 전세계적으로 핀테크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이 앞서서 핀테크를 활성화하고 있다.
핀테크 서비스에서 제일 많이 얘기하는 것은 OO페이다. 하지만 그것은 분야 중 하나일 뿐이고 보험이나 증권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 핀테크 기업이 만들어지고 있다.
초기이다 보니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이렇다 할 핀테크 기업이 있진 않다. 다만 잠재력은 있다고 본다. 어려움이 있다. 항상 얘기하는 규제 이슈다. 금융서비스를 하고 싶은데 여러 가지 규제 때문에 못 하는 게 있다.
정부에서 놀랄 정도로 꽤 많이 바뀌었다.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디지털 시대의 파고를 타기에는 부족하다.
정부의 3불. 첫 번째 예산이 없어서, 두 번째 관련 법안이 없어서, 마지막으로는 사례가 없어서 못하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들 한다.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선 새로운 것들을 해봐야 한다. 사례를 찾고 법안을 찾고 있으면 산업이 발전하기 쉽지 않다. 또한 과감하고 빠른 규제 패러다임 변화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핀테크는 IT와 금융 간의 더욱 긴밀한 융합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모습은 금융회사들이 IT의 핀테크 기술을 쓸까 말까 고민하는 모양인데 이것 가지고는 부족하다. 은행이 핀테크 기업으로 변해야 할 시점이다.
보더스는 책 유통망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마존처럼 하지 않았다. 엄청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거다. 은행이 핀테크 기술을 도입하는 정도로 쓰면 안 되고 핀테크 기업으로 변신해야 된다. 그래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산업 얘기를 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어떤 산업도 내수시장으로 성장하기 쉽지 않다. 핀테크 등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가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새로운 서비스의 해외진출 전략은 사고부터 바꿔야 한다. 지식기반 서비스를 수출하기 위해 중요한 건 레퍼런스다. 레퍼런스를 구축해야 한다.
국내 은행에서는 스타트업에 "너 레퍼런스 있어?"하고 묻는데, 새로운 기술 만들어 왔는데 레퍼런스가 어디 있겠는가. 은행에 있는 분들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핀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고 우리나라의 지식기반 서비스 수출과 산업구조가 바뀌는데 굉장히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레퍼런스를 만들어 줘야 한다. 대기업이나 금융사들이 안심하고 새로운 서비스 할 수 있도록 인증해주는 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오늘 주제와 관련해서 핀테크를 떠나 전체 산업 쪽으로 한 말씀 더 드리고 싶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으로 살아 났다. 제조업을 육성시키는 정부의 리더십, 국민의 근면성 덕분이었다. 진흥원장 시절 IT기업을 데리고 아부다비에 간 적 있었다. 50도가 넘는 열악한 날씨에도 일했던 우리 아버님 세대가 생각났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고에 메시지가 오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 펀더멘털이라고 했던 주요 제조업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 생각을 말씀 드리겠다.
디지털 기반으로 이 흐름을 타면 기회가 있을 거다. 사실 우리 IT 기술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앞서있지 않다. 솔직한 고백이다. 물론 일부의 기술들은 잘 하고 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은 대한민국이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실험의 장이 되면 어떨까 생각한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Leading IT 기업들의 고민은 새로운 기술을 어디에 적용해 보느냐다. 미국의 영토가 넓고 첨단 기술 인프라를 깔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IT 인프라가 세계 1등이다. 앞서가는 기술을 한국에 오픈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세계적인 연구소들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해외에서도 보러 올 거다. 다만 그러려면 규제도 과감하게 없어져야 하고 양보해야 할 것들이 물론 있다. 이런 것들을 감수할 합의가 돼있으면 할 수 있다. 앞서간 IT기술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렸던 제조업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일들이 생겨날 것이다.
예를 들어 신발을 IT와 연결해 네비게이션, 건강측정 해주면 100달러가 180달러가 되고, 안경은 구글글래스로 만들면 엄청난 가격에 팔린다. 이런 측면에서 디지털 시대에 파고를 타고 그런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금융분야에서 먼저 새로운 기술들을 적용하고 사용해 2년 앞선 대한민국의 모범사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