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인기 속 ‘단명 제품’ 우려 높아져
[뉴스핌=강필성 기자] 주류업계가 '탄산주 열풍'을 두고 고민이 한창이다. 탄산주 열풍에 따라 관련제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자칫 급하게 식어버리며 단명한 과일소주 전례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주류사들은 지난해 상반기 봇물터지듯 과일소주 제품을 출시했지만 열풍이 식어버러며 하반기 상당한 재고 부담을 짊어진 바 있다. 주류사 내부에서 과일소주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자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2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현재 탄산주를 출시한 회사들은 지난해 과일소주 열풍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탄산주 열풍은 지난해 말 보해양조가 소다맛 탄산주 ‘부라더 소다’를 출시하면서 본격화 됐다. 이 제품은 3개월만에 500만병이 팔려 나갔다. 보해양조는 여기에 딸기맛과 복분자맛을 추가한 상황. 이어 지난달 롯데칠성 주류부문(이하 롯데주류)이 매실주에 탄산을 가미한 ‘설중매 매실소다’를 출시했고 무학이 지난 10일 ‘트로피칼 톡소다’를 내놨다.
이어 지난 21일에는 하이트진로가 복숭아 맛의 탄산주 ‘이슬톡톡’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다.
업계에서 지난해 과일소주의 상황이 오버랩(overlap·겹치는 일)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과일소주의 인기는 지난해 여름 정점을 찍고 가파르게 하락했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과일소주의 매출 비중은 소주대비 14.2%를 기록한 9월 이후 가파르게 하락해 올해는 5% 안팎을 오가는 정도다. 앞다퉈 과일소주를 생산했던 주류업계가 재고부담을 안게 됐던 이유다.
당시 롯데주류가 ‘처음처럼 순하리’를 출시한 뒤 폭발적 인기를 누리자 경쟁사에서 앞 다퉈 과일소주 제품을 출시했기 때문. 심지어 하루가 다르게 맛을 다양화한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시장에 풀린 과일소주 종류만 20여종을 훌쩍 넘는 상황이 연출되기까지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과일소주가 폭발적 인기를 누리면서 제품을 출시한 업체들이 상당한 매출 효과를 봤던 것은 사실”이라며 “과일소주 인기가 급격하게 시들면서 이를 대체할 탄산주가 탄생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탄산주 제품 타겟은 과일소주와 유사하다. 보다 순한 술과 단맛을 즐기는 여성과 20~30대를 겨냥했다.
때문에 주류업계에서는 추가 신제품을 내기보다는 신중하게 관망하는 모양새다. 신제품의 종류를 늘리면 일선 영업점이나 소매시장의 매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지난해 경쟁에서 학습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품 수가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소비자가 금방 싫증을 내게 됐다는 점도 주효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신제품 종류가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트렌드의 수명을 그만큼 앞당겼다는 분석이 많다”며 “현재까지는 단순히 종류만 늘리기보다는 시장성이 정말 있는지에 대해 조금 더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분명한 것은 주류에 대한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가 그만큼 빨라졌다는 점이다. 통상 주류업계의 유행은 2~3년 단위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순당의 ‘백세주’가 2~3년 인기를 끌었다면 이듬해 와인이, 이어 막걸리가 2년을 주기로 트렌드를 선도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과일소주의 수명은 만 1년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주류업계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가 너무 빨라졌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라인을 교체하고 마케팅까지 진행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데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과연 탄산주는 장수할 수 있을까. 주류업계의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