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범람해 가격 높여 팔면 경쟁력 떨어져
[뉴스핌=한태희 기자] 보건복지부가 수년간 연구해 개발한 신약에 대해 약가를 우대해주기로 했지만 업계의 저가 경쟁이 여전해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제네릭(복제약)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려받을 경우 제약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잃을 것을 우려해 자체 개발한 제품이라도 저가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지난 2일부터 신약에 대한 약가우대를 시행해 일정 조건을 충족한 신약은 대체약제의 최고가 수준까지 가격을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제약사는 현실적 이유로 약가우대 정책을 활용한 가격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동아에스티는 자체 개발한 당뇨병치료제 '슈가논'을 가장 낮은 가격에 발매했다. 슈가논은 국내 26번째 신약이다. 슈가논 가격은 737원. 비슷한 효능을 갖는 8개 약품 중 가장 저렴한다. 다른 8개 약품은 738~910원에 팔리고 있다.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있지만 동아에스티는 이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슈가논의 경우 동일 계열 내 가장 늦게 출시됐다"며 "우수한 효과에 더불어 가격 경쟁력 차원에 약가를 낮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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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에스티는 국내 26번째 신약인 '슈가논'을 시장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발매했다. 사진은 슈가논 제품 / <사진=뉴스핌DB> |
다른 제약사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JW중외 그룹은 영양제와 링거 등으로 대표되는 수액을 전문 생산하고 있다. JW생명과학은 수액연구소를 두고 약물을 개발한다. 하지만 이들이 수년간 연구해 내놓은 수액은 1000원대에서 공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격을 높이면 유사 의약품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이에 약가우대 방안이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대체약물을 기준으로 한 약가 산출에 허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몇 년 전 일괄 약가 인하로 대체약물 가격이 큰 폭을 떨어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실제 인상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약가 우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