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증권사 선물·옵션 비중 축소 추세
대형사 프랍트레이딩 별도 조직 꾸리고 강화 나서
[뉴스핌=강효은 기자] 증권사의 고유 자본금을 운용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프랍 트레이딩(자기자본매매). 아직까지 별도 프랍 부서를 꾸려 자기자본매매를 운용하는 증권사들은 소수지만 각사별 운용 전략은 시장상황에 따라 다양한 편이다.
특히 몇년째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상당수 증권사들은 프랍 운용을 접었다 재개했다를 반복하는 상황. 이 가운데 대형사들은 다방면의 투자 전략을 추구하는 반면 기존 선물·옵션 위주의 자기자본매매 운용을 해오던 중소형사들은 프랍 비중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11월 주가지수 옵션 프랍 운용팀을 완전 정리했다. 메리츠증권은 과거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대한 프랍 트레이딩에 주력해 왔지만 시장상황과 비즈니스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치 않다고 판단, 최근 축소를 결정했다.
박태동 글로벌트레이딩 상무는 "선물옵션 프랍은 과거에 활발하게 했다가 2012년, 2013년에 상당히 많이 줄였다"며 "이는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과 철학이 맞지 않고 옵션의 매도포지션을 취하는 전략이 리스크 대비 리턴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판단하에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기존 주가지수 선물 프랍팀만 남아 운용 중이다.
이 외에 중소형사들은 최소한의 리스크를 지고 적정 선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선물옵션을 주로 했는데 최근에는 과거 시장대비 이마저도 수익이 나지 않아 점차 접거나 비중을 축소하고 있는 추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선물옵션을 오버나잇(포지션을 다음날로 넘기는 것) 포지션 없이 데이로 한다고 치면 많이 벌어야 연간 5억, 10억 정도 번다. 이는 중소형사들이 리스크를 줄이는 대신 조금 벌 수 있는 수익구조를 추구했기 때문인데 지금은 변동성이 줄어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축소하는 분위기"라고 상황을 전해왔다.
실제 KB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은 과거 파생상품 위주의 자기자본매매 비중을 대폭 축소했거나, 운용을 거의 하고 있지 않고 있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계속 하고 있긴 하지만 거래규모가 예전만큼은 아니다"고 했다.
이와는 달리 NH투자증권을 비롯한 대형사들은 과거 몇차례 프랍트레이딩을 접기도 했지만 여전히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옛 LG증권 시절부터 프랍트레이딩을 해온 NH투자증권은 지난해 기존 목표치였던 400억원을 훌쩍 넘기고 프랍트레이딩본부에서만 총 700억원의 수익이 났다. 올해는 700억원을 목표치로 잡고 있는데 이는 국내 대형증권사 중에서도 단연 높은 수준이다.
조직 구성도 체계화 돼 있다. NH투자증권의 프랍트레이딩본부는 트레이딩사업부에 속해 있는데 프랍트레이딩본부에는 크게 멀티스트래티지(MS), 대체투자(AI) 부서가 나눠져 있다. 운용 전략도 이벤트 드리븐, 전환사채(CB), 퀀트 기반의 시스템트레이딩 등 다양하다.
이동훈 NH투자증권 프랍트레이딩본부장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연간 마이너스 난 적이 한번도 없다"며 "과거 IMF와 리먼사태 이후에 잠시 중단된 적이 있지만 그 때 이후론 꾸준히 실적을 높여가며 강화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KDB대우증권 역시 과거 소극적이던 프랍트레이딩을 강화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2013년 폐지됐던 프랍트레이딩부를 부활시키고 글로벌 지수,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글로벌매크로운용팀과 미국, 유럽 등 해외 주요 지역의 기업들이 발행한 전환사채(CB)의 가치를 판단해 투자하는 글로벌CB운용팀을 별도로 꾸렸다. 이밖에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등 중위험 중수익의 투자기회를 발굴하는 멀티전략운용팀도 만들었다.
미래에셋도 프랍트레이딩을 꾸준히 지속하는 증권사다. 미래에셋은 NH나 대우처럼 별도의 프랍 조직이 모아져 있진 않지만 트레이딩부문 아래 채권운용본부, 전략트레이딩, 고유자산운용본부, FICC본부에 프랍 운용역들이 포진돼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의 자기자본 규모가 설립 이후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과 비례해 프랍 트레이딩 운용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강효은 기자 (heun2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