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원유 원가는 원유 1/4-가격은 절반…성분표 안보면 원유로 알고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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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필성 기자] #. A씨는 최근 인근 슈퍼에서 구입한 흰 우유를 마시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100% 원유로만 알았던 900ml 흰 우유가 원유가 아닌 '환원유'로 만들어진 우유였기 때문이다. 환원유라는 단어도 생소했지만 원유가 20% 밖에 함유되지 않았다는 점에 A씨는 적잖은 배신감을 느꼈다.
삼양식품의 '후레쉬밀크'와 푸르밀의 '밀크플러스'를 마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끔 벌어지는 일이다.
현재 삼양식품과 푸르밀은 유업계에서는 드물게 흰 우유를 환원유로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두 회사의 환원유 제품은 제품의 뒷면 성분표를 보기 전까진 환원유라는 사실을 알 수 없게 디자인돼 있다.
유업계의 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저급 우유를 통해 수익을 늘리는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우유업계에 따르면 흰 우유 제품에 환원유가 등장한 것은 2011년 이후 5년만이다. 당시는 구제역 여파로 인해 원유가 모자랐기 때문에 환원유까지 동원된 것이지만 최근은 정 반대다. 원유가 공급 과잉상태로 인해 재고가 치솟는 상황에서 환원유가 등장한 것이다.
왼쪽부터 삼양식품의 후레쉬우유와 푸르밀의 밀크플러스. 두 제품은 모두 전면만 봐서는 환원유인 것을 알기 어렵다.<사진=각 사> |
그 이유는 바로 수익성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환원유는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하는 저급 우유로 분류된다. 통상 흰 우유 제품에서 환원유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소비자의 선호도가 낮을뿐더러 품질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로 요거트, 딸기·초코 등의 가공유나 낙농업이 힘든 국가에 수출용으로 활용되는 정도다.
원유를 건조시켜 분말로 만든 뒤 이 분말을 다시 물, 유크림 등과 섞어 우유로 만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맛이나 풍미, 신선도가 떨어진다. 대신 유통기한이 열흘에 불과한 원유와 달리 분말 상태에서는 1년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또한 환원유의 원가는 원유의 25% 정도에 불과하다.
이같은 맥락에서 환원유 제품에 대한 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최근 공급과잉으로 분유 가격이 떨어진 틈을 노린 상술이라는 지적인 것. 환원유로 우유 한 팩을 만들면 원유 제품에 비해 수익성을 몇 배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양식품, 푸르밀 등 우유업체가 환원유 제품을 출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우유업계 관계자는 환원유 출시 소식에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이 관계자는 “환원유는 우유 생산이 안되는 6.25전쟁 당시 미군이 물에 타 먹으라고 주던 가루우유와 마찬가지”라며 “보다 신선하고 보다 고품질의 우유를 개발하기 위해 경쟁하는 오늘날 흰 우유 환원유가 출시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환원유가 원유 제품과는 경쟁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설명. 실제 우유업계는 신선하고 높은 품질의 제품을 위해 저온 살균, 마이크로 필터 등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추세화됐다.
삼양식품과 푸르밀이 택한 경쟁은 ‘품질’이 아닌 ‘수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 삼양식품 ‘후레쉬우유’는 원유 20%에 환원유 80%로 구성됐고 환원유 내에는 유크림 9.75%(국산), 혼합분유 9.1%(네덜란드산)이 담겼다. 수입 분유가 9%가 넘게 함유된 것이다. 푸르밀의 경우는 원유 30%에 탈지분유 6.4%(수입산), 칼슘혼합제제 0.8% 등과 정제수(물)이 들어갔다.
수입산 분유는 통상 국산 분유보다 더욱 저렴하다.
이와 관련해 환원유 업체에서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우유를 선보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반박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저렴한 환원유를 선보여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환원유의 소비자 가격은 원유의 절반 가격이어서, 1/4에 불과한 원가에 비하면 높은 가격이라는게 지적이다.
제품 디자인도 이들의 설명을 궁색하게 만든다. 제품 성분표를 보기 전까지는 해당 제품이 환원유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게 디자인 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푸르밀 ‘밀크플러스’는 3가지 영양을 담은 기능성 우유인 것처럼 포장돼 있다. 맛을 보고 눈치 채면 다행이지만 그마저 아니라면 공연히 원유로 오인하고 환원유를 마실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흰 우유는 모두 원유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우유등급만 보고 구매해왔다”며 “성분표시에 규정을 지켰다고는 해도 환원유를 원유로 오인해서 사지 않도록 소비자를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