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쇄신 계기 기대..日의 '한국기업' 반발여론은 부담
[뉴스핌=강필성 함지현 기자] 최근 국적논란에 시달리는 롯데그룹이 광복절 70주년을 맞이해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지 재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한국 기업’임을 수차례 강조해왔지만 최근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지배구조상 일본 롯데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사실상 일본 기업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까지 가시화 된 상황.
그런 의미에서 광복절 70주년은 롯데의 국적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기념일로 꼽힌다.
광복70주년을 열흘 앞둔 5일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타워 외벽에 대형 태극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은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과 더불어 일본 기업이냐, 한국 기업이냐를 놓고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 <김학선 사진기자> |
먼저 롯데물산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꼽히는 롯데월드타워에 초대형 태극기를 설치했다. 가로 길이 36m에 세로 24m에 달하는 이 초대형 태극기는 약 304m 높이에 있는 70층에 부착됐다.
롯데물산은 이밖에도 서울시 광복 70주년 기념 엠블럼인 ‘나의 광복’과 정부 광복 70주년 엠블럼을 걸 예정이며, 태극기를 나눠주는 행사도 기획 중이다.
롯데홈쇼핑은 공익광고 시간에 광복 70주년 기념 영상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외에 롯데백화점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어떤 방법과 수위에서 광복절 기념 이벤트를 진행할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내주 중에는 최종 결정을 마친 뒤 실행에 옮길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광복 70주년이라는 상징성이 롯데에게 ‘한국 기업’임을 어필할 수 있는 찬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어 밖에 하지 못한다는 점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한국어가 어눌하다는 점, 군대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일본국적을 유지했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비판여론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불매운동까지 나섰고 정치권과 정부 당국도 롯데그룹 전반을 조사하기로 한 상황.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의 이미지 실추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이미지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실제 롯데그룹은 이날 2018년까지 청년 정규직 2만4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는 청사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광복절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언론 등이 최근 롯데 경영권 분쟁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가운데 과도한 광복절 행사는 일본 내 여론을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광복절은 우리가 일본에게 해방된 날이지만 역으로 일본은 패전을 선언한 날이기도 하다. 실제 일본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롯데는 한국기업이다” 선언 후 비판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16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한일 롯데의 ‘원 리더’를 자처해왔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통합 경영을 통해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과연 롯데그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약 일주일 남은 광복절을 앞두고 시선이 모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