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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동리 신재효와 진채선이 하나된 것 같은 판소리꾼 노해현

기사입력 : 2015년07월01일 10:23

최종수정 : 2015년07월01일 10:23

 

이상한 음악이 있다. 사단칠정(事端七情)을 담은 이상한 음악이 있다. 음악 같기도 하고, 음악 아닌 것 같기도 한 음악이 있다. 음악은 맑고 고운 것이 매력적인데, 이 이상한 음악은 맑고 고운 것 보다는 거칠고 탁한 것이 더 어울린다. 지구상에서 ‘이 같은 음악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상한 음악이 있다. 이를 <판소리>라 한다.

판소리는 음향기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잘 들리는 정도의 공간에서 소리꾼과 북을 치는 고수(鼓手) 두 명이 벌이는 종합음악이다. 판소리는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다. 우리 민족이 생기고, 우리나라가 생긴 이후 온 민족이 수천 년을 두고 만들어 온 음악이다. 짧게는 수십 분에서 길게는 열 시간 가까이 한다. 내용은 시, 수필, 역사, 소설, 철학 등 모든 것이 들어가 있다. 섬진강 동쪽 소리가 동편제다. 남원, 구례, 순천 등지에서 크게 발달했다. 통음이 특징이고 남성적이며 씩씩한 기상을 느낄 수 있다. 서편제는 섬진강 서쪽 마을에서 발달한 소리다. 보성, 광주, 나주, 목포 등지에서 많이 불렸다. 사람의 감정을 아주 정교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중고제는 서울, 경기, 충청 일원에서 불리는 던 소리다. 무덤덤한 맛이 특징이다. 아쉽게도 이 중고제는 소멸위기에 놓여 있다.

노해현. 서른다섯 살 난 여성 판소리꾼이다.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광천초등학교, 북성중학교, 국립국악고등학교,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우연이 명창 조상현과 인연이 있는 고모로 인해 7살 때부터 판소리꾼의 길을 걷게 되었다. 적벽가를 제외한 판소리 네 바탕을 모두 배웠다. 수궁가와 홍보가는 박초월, 심청가는 박동실, 춘향가는 성우향 바디다.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춘향가 <이별가>다. 상청, 중청, 하청을 모두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목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그는 요즘 보기 드물게 탄탄한 실력을 갖췄다. 젊은이는 탈 수 없다는 명창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한 바 있다. 2012년 광주시에서 주최한 임방울 국악제에서 명창부문 장원을 한 것이 그것이다. 그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근대 5명창이 다시 살아서 나온 것 같은 소리를 한다. 고제古制 맛이 깊게 난다.

화장 없는 민 낮으로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다. 자신감이 온 몸에 꽉 차 있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소신에 차 있었고 논리적이었다. 묻지 않았는데 국악이라는 말에 대한 소회를 말했다. “국악이라는 말이 국악의 깊고 높은 예술성을 떨어뜨리는 것 같아요.” 순간, 아직도 ‘국악이다.’ ‘아니다 국악은 일제가 만든 말이므로 한국음악이라고 불러야 한다.’ ‘트로트 등 대중가요도 한국음악이다. 무엇으로 우리소리와 트로트를 구별할 것이냐?’라며 아직도 우리소리에 대해 학술적으로 정책적으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비수처럼 심장을 찔렀다.

“판소리의 가장 큰 멋을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다소 뚱하다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답은 명쾌했다.

“판소리의 멋과 맛은 ‘이거다.’ 라고 말하기 곤란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래도 꼽으라면  혼자서 여러 인물을 묘사하는 것입니다. 음역 대를 폭 넓게 사용하여 심오한 인간의 심리와 생각, 관계 등을 오직 북 반주에 맞추어서 자연스러우면서도 다양하게 연출하는 것입니다.”

“판소리는 여러 가지 기술을 사용합니다. 그 중 시김새는 판소리의 맛을 좀 더 실감나게 하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세월이 묶어야, 곰삭아야 나오는 것이 시김새라고 합니다. 시김새를 잘해야 명창이라고도 합니다. 시김새가 무엇입니까?”

“시김새는 판소리에서 분명 중요합니다. 중요한 기술임에는 틀림없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판소리 기술 중 으뜸이라고 꼽을 것은 아닙니다. 어릴 때 판소리를 배우러 가면 시김새 훈련을 받고, 그것을 잘해야 소리를 잘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보니, 소리가 익으려면 소리 자체를 폭 넓게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기교, 감정, 공력이라는 큰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요소 중 하나가 시김새 일 뿐 입니다.

기술 좋다고 소리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 울고 웃기는 것을 잘해야, 진짜 잘 하는 것입니다. 상청이 나와야 할 때 나오고, 하청이 나와야 할 때 나와야 합니다. 하청이 나와야 할 때 바람소리만 나오고, 중청만 가면 떨림 현상이 나오는 애기소리가 나오면 시김새, 각구녁질 소리 등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소리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타고난 소질이 있느냐? 몇 살 때 시작했느냐? 일반적 경험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어야 그나마 소리가 됩니다. 그만큼 판소리는 어렵습니다. 시김새가 판소리의 전부가 아닙니다.”

“판소리는 분명 우리의 대표적 소리입니다. 또 음악성도 대단히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못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음악 중 판소리의 예술성이 제일임에도 불구하고 좀 과장된 말 같습니다만 일반 통기타 가수만도 못한 인기를 누리는 것이 판소리꾼의 솔직한 현실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고 그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에 슬픔을 느낍니다. 한 마디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만 판소리를 들을만한 귀명창이 없기 때문입니다. 소리꾼은 감정을 다 만들어 놨는데 이를 들을 사람이 없습니다. 귀명창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 유감입니다. 귀명창이 없어지는 이유는 소리꾼이 기교와 돈 벌이에 치중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것 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학교에서 국악 교육을 못 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음악 선생님이 우리 소리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12년 간 음악교육을 받으면서 ‘도레미파솔라시’의 7음계만 배우니 당연히 우리 것을 모를 수  밖에 없습니다. 면장도 알아야 해 먹는다고 우리 것을 알아야 귀에 들리는데 모르니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교육이 없다 보니 판이 안 열리는 데 어떻게 난이도 높은 판소리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판소리꾼이 판소리의 대중화에 앞장서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교육계로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판소리꾼이 이 시대에 맞는 판소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조용필 하면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있듯, ‘안숙선’ 하면, 뭔가가 떠올라야 하는데 그런 게 없습니다. 최근 <창판>이라는 창작 판소리가 많이 나옵니다만, 이것도 요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주인공도 전라도 못 배운 농부가 등장하는 것이 일쑤입니다. 이러니 판소리가 대중화 되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느닷없이 눈 대목이 나온 것 아닙니다. 사랑가가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이해해야 사랑가가 나옵니다. 이별가는 이별한 직후 부를 때 최고의 감정이 나옵니다. 판소리 사설은 문학을 잘 하는 분들이 만들었을 것입니다. 작곡에 천부적 소질을 가진 사람이 장단과 선율을 넣었을 것입니다. 이것을 소리꾼이 예술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영화 국제시장이 떴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은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에 뜬 것입니다. 이렇듯 판소리 역시 모든 것을 판소리꾼이 만들어 갈 수 없습니다. 극작가, 소설가, 수필가가 이 시대에 맞는 사설을 쓰고, 천부적 소질을 타고난 작곡가가 장단과 선율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그 위에 판소리꾼이 고고하게 걸어가고 달려야 판소리가 대중화됩니다.”

묻는 말에 분명한 소신으로 답변했다. 기승전결이 명료했다. 힘을 주어 말할 때는 힘주어 말했다. 대담 도중 전화가 걸려와 중단되면, ‘다시 이어서 말하겠습니다.’라며 매듭을 지었다. 동리 신재효와 진채선이 한 사람 돼 말하는 것 같았다. 질문 지팡이 끝에 질문 보따리를 묶어 던졌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진정한 소리꾼은 관객이 몰입하게 해야 합니다. 꾀를 부리면 안 됩니다. 진심으로 해야 합니다. 대사 한 줄 없어도 눈빛하나로 관객과 통해야 합니다. 흡입력으로 소리를 해야 합니다. 이런 가치와 철학의 판소리꾼으로 성장하는 것이 첫 번째 계획입니다.

두 번째 계획은 일반인을 위한 국악교본을 만드는 것입니다. 국악 전공자 교육은 쉽습니다. 애기 때부터 백지상태에서 교육을 받기 때문에 별도의 교본이 없어도 됩니다. 그러나 일반인은 다릅니다. 국악에 대하여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국악을 배웁니다. 그러니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교본이 없습니다. 진작 누군가 했어야 할 일입니다. 요즘 ‘나중 세대에 무엇을 물려줘야 하나?’를 생각합니다. 돈 보다 명예보다 더 소중한 것이 국악을 알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있는 국악 교본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다음은 국악 찬송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제 종교가 개신교입니다. 교회를 갔더니 ‘국악을 싸구려로, 심지어 불교 음악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주변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판소리는 전형적인 우리 것입니다. 불교음악이 아닙니다. 개신교가 들어오기 전 판소리는 만들어졌습니다. 어디 뭐 더러운 것 묻은 음악이 아닙니다.’라고.

찬송가를 살펴보니 우리식으로 만든 곡도 있지만, 대개가 서양 곡을 우리말로 바꾼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찬송가 중 우리음악으로 만들어진 것이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하나님의 은총을 국악 찬송가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대담을 끝나니 중화참이 한참 지나있었다. 창밖엔 하얀 햇살을 받은 녹음방초가 말 그대로 성화를 부리고 있었다.

흥타령 ‘빗소리도 님의 소리. 음 음 음. 바람 소리도 님의 소리. 아침에 까치가 울어대니 행여 님이 오시려나, 삼경이면 오시려나, 고운 마음으로 고운님을 기다리건만, 고운님은 오지 않고 베게머리만 적시네’가 애타게 들려왔다.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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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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