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비율 늘이고 반대매매 기간 축소.. 키움은 '관망'
[뉴스핌=홍승훈 이보람 기자] 증권사들이 내달 15일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을 앞두고 주식 신용거래 기준을 타이트하게 조인다.
우선 반대매매 시기가 기존 T(Trade Date, 거래일)+2일에서 T+1일로 하루가 줄어드는 곳이 많고, 유지하더라도 종목 신용도에 따른 차등화가 심화돼 투자자들의 신용거래는 다소 위축될 전망이다.
반대매매 수량을 산정하는 방식과 담보유지비율 역시 기존에 비해 기준이 까다로와지며, 과거 고객 요구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던 증권사 내부 관행 역시 당분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증권사들이 고객 신용거래 및 반대매매 기준을 보수적으로 바꾸고 나섰다. 주식 가격제한폭이 내달 15일부터 ±15%에서 ±30%로 확대되는 데 따른 대응이다. 앞서 주식 가격제한폭은 17년 전인 1998년 말에 기존 ±12%에서 ±15%로 확대된 바 있다.
하루에 상하로 최대 60% 주가가 변동 가능한 만큼, 신용 융자를 한 증권사는 주식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반대매매 기준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반대매매는 고객이 증권사의 돈을 빌리거나 신용융자로 주식을 샀을때 빌린 돈을 약정 만기 내 변제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일괄 처분하는 규정이다.
우선 반대매매 시기를 줄이고 나선 곳은 교보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하나대투증권, HMC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이다.
교보와 미래에셋, KB투자증권은 T+1일 담보비율이 130% 미만이면 반대매매를 시행키로 했다. HMC투자증권은 120% 미만시 T+1일 반대매매가 나가게 된다.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종목 신용도에 따라 반대매매 시기가 T+2 혹은 T+1일로 각각 정해지며, 반대매매 시기가 T+3일로 가장 길었던 삼성증권은 이번에 T+2일로 하루를 줄이기로 했다.
반면 대신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 NH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은 반대매매 시기를 기존 T+2일로 유지키로 했다. 이 가운데 대우, NH, 하이의 경우 담보유지 비율에 대한 차등 적용을 통해 리스크를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 반대매매 시기 앞당기고 담보유지비율 확대하는 증권사들
담보유지비율도 기존 140%에서 140%~170%까지 확대된다. 종목 신용도에 따라 비율을 확대 적용함으로써, 반대매매가 나가는 시기를 차등 적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교보는 130%~140%내 차등 적용을, HMC와 대우는 140%~160%, 삼성과 NH투자는 140%~170% 수준으로 담보유지비율을 확대 적용키로 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담보비율을 150%로 높인다.
수량 산정 기준도 바뀐다. 반대매매 수량 산정은 반대매매 당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한가로 계산해 수량이 정해지는데,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됨에 따라 반대매매 주식 수 산정에도 변화가 생긴다.
삼성과 유안타, KB투자증권은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변화되는 하한가인 -30%로 적용키로 한 반면 교보와 NH투자증권은 -20%로 반대매매 수량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과 하나대투증권은 T+1일에는 -15%에, T+2일에는 -30%를 기준으로 수량을 산정한다고 설명했다.
종목군 별 차등 적용을 하는 곳도 있다. 대신증권은 우량종목은 -15%에, 일반종목은 -30%에 맞춰 수량을 정하고 대우와 HMC투자증권은 종목 신용도에 따라 -15%, -20%, -30% 등 세 등급으로 분류해 수량을 정한다.
이같이 수량이 정해지면 반대매매는 반대매매 체결 당일 오전 동시호가 시간(8시)에 주문접수되고 9시 개장과 동시에 체결된다.
개인거래 비중이 20%가 넘고 위탁매매 점유율 1위인 데다 신용융자 증가면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것으로 알려진 키움증권의 경우 관련 기준을 변경하지 않고 상황을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기준 변화가 당연히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단 상하한 폭이 확대되고 시장의 변화를 본 뒤에 대응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련 규제가 업계 자율로 변경된 이상 상황에 맞게 적적히 대응하면 된다는 얘기다.
한편, 이 같은 증권사별 반대매매 기준 변화에 대해 증권사 한 브로커는 "과거에는 고객 성향이나 요구에 따라 신용연장을 해줘 반대매매를 늦춰주는 경우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제도가 바뀌면서 본사에서 최소한 향후 몇 달간은 변화된 규정에 예외를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앞으로 고객과의 마찰이 불가피해질 것 같다"며 우려를 전해왔다.
또 다른 운용사 한 매니저는 "가끔 불거지는 대량매도, 대량매수 등의 주문자 실수가 발생할 경우 파장이 더 커질 수가 있다"며 "또 과거 사례를 떠올려봤을 때 제도변화 초기 단기적으로 단타 거래가 폭증하면서 거래량은 일시적으로 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보다 줄어들 것 같다"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