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무리한 목표", 각종 사고 잇따라…대폭 축소할 듯
[뉴스핌=윤지혜 기자] 수출입은행이 전격 내세운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이 초기 목표의 7% 달성에 그치면서 애초 목표 설정이 무리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수은은 올해 육성대상기업 선정을 전면 중단하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9일 수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을 시작한 후 6년째에 접어들었지만 히든챔피언 만들기에 성공한 기업은 23개에 그쳤다. 오는 2019년까지 300개사 달성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히든챔피언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수출형 중소기업을 일컫는다.
수은이 연간 매출 400억원 이상, 수출 매출액 20억원 이상인 기업 중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골라 히든챔피언 육성대상으로 선정한 후 수출촉진기금, 해외투자자금, 수출성장자금 등을 저리로 공급한다. 현재 육성대상 기업은 298개에 이르며 이 프로젝트에 총 20조원이 투입됐다.
금융전문가들은 2019년까지 목표개수인 300개는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수은도 초기 목표 설정이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기존 선정된 기업을 솎아내는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수은 관계자는 "나머지 기간 동안 인증기업 (히든 챔피언) 300개를 채우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면서 "현재 선정된 육성기업 300여개도 수를 줄일 지 그대로 유지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상반기에는 육성기업을 선정하지 않고 대대적인 프로그램 개편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아직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아 하반기 선정여부는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현재 기업들을 평가하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간단계에 와서 300개까지 늘리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방향이 맞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을 도와서 히든챔피언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열린 자세를 갖고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방점을 둬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히든챔피언에 선정된 일부 기업들이 정책금융의 특혜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수은의 히든챔피언 선정과 관리 능력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2012년 히든챔피언 인증기업에 선정된 모뉴엘은 지난해 12월 90%에 이르는 허위 매출이 발각돼 수은은 모뉴엘에 신용 대출해 준 100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고, 코스닥 상장사 우양에이치씨는 2013년 히든챔피언 육성 대상 기업에 선정돼 수은과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각각 247억원, 174억원을 대출받았지만 결국 지난달 부도처리됐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