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위원장만 뛰지말고, 감독당국 의지 재확인해야"
[뉴스핌=한기진 김양섭 노희준 기자] 금융권에서는 금융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가 본격화되는 흐름을 같이 타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사례를 보더라도 골든타임에 맞춰 과감한 규제완화를 단행했기 때문에 은행업과 자본시장이 성장했다. 그래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개혁 드라이브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 초저금리시대, 금융개혁 골든타임
8일 뉴스핌이 금융업계 CEO(최고경영장)와 학계 교수들을 상대로 임종룡式 금융개혁 성공을 위한 과제를 들어봤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금융권 대토론회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세계 각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자본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자본시장 육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내부적으로도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융시장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기준금리 1% 시대에는 자금의 흐름이 전통적인 은행 예적금 이자로는 수익의 개념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자본시장으로 자금유입이 늘어나고, 노후를 대비한 자산관리수요 증가도 자금유입을 촉진할 것”이라며 “미국 주식시장이 커진 이유도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돼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시장의 판도가 변화하는 시점에 시행되는 임종룡식 개혁에 업계는 큰 기대를 한다. 그렇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전 금융연구원장)는 “금융의 기능은 서민과 소비자를 위한 공공성도 있어 시장기능과 조화롭게 해야 해서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고 했다.
◆ “금융위 의지만으로는 안돼, 금감원 조직과 감독체계도 수술해야”
업계는 보다 강도 높은 규제개혁을 주문한다.
A 금융지주 회장은 “업권의 자율성 확대와 미시규제와 감독 완화가 금융개혁의 핵심이고 자율성 확대 부분은 의지의 문제라 금융당국 수장이 욕을 먹을 각오를 갖고 하면 많은 부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권 스스로도 자율성이 확대되는 만큼 소비자보호와 정보보호에는 더 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형 부원장은 “최근 규제 완화 측면에선 NCR규제 완화된 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핵심이라고 보는데 아직은 좀 더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가줘야 한다”고 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금융규제의 기본방식을 전환하고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과세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황 회장은 “포지티브규제(원칙금지, 예외허용)에서 네거티브 규제(원칙허용, 예외금지)로 전환하고 감독방식은 룰에 기초하지 말고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펀드 장기보유자에게는 세제혜택을 주는 IWA제도도 도입해 노후보장을 도와야 하고 국내외, 직간접 펀드투자과세의 차이와 손실에 대한 과세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펀드세제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종룡 위원장이 금융개혁을 위해 혼자만 뛴다는 지적도 있다. 자칫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 금융지주 회장은 “미시규제와 감독의 완화 부분에서는 금융위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고 금감원이 중요하다”며 “금감원 현 조직이나 인력이 그대로 가는 상황에서는 과연 미시규제와 감독 완화가 이뤄질까 하는 부분에서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시중은행장은 “금융당국이 밝히 규제완화 스케줄대로만 진행된다고 해도 금융규제 완화는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박경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규제가 원칙 허용으로 바뀌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허용한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사실상 사전적 승인 과정을 거치고 있어 금융기관의 경영자율성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원책대로 규제를 하느냐 하는 금융당국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컨설팅식으로 감독을 바꾸겠다고 하는데, 그런 것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