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대통령과 대처 총리의 연금개혁 성공 시사점
"하루가 늦어질수록 매일 80억원씩, 그러니까 오늘도 80억원의 보존액이 들어가고 있는 연금입니다. 이 연금개혁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내년부터는 매일 100억원씩, 연간 3조7000억원의 세금이 들어가야하고, 5년 후에는 매일 200억원씩, 연간 7조4000억원의 재정적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공무원연금 개혁을 여야가 합의한 시한인 5월6일까지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같은 날 국회에서의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는 여야의 힘겨루기로 인해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그 필요성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당위이며 당연한 일이 됐다. 연금을 만들 때 계산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더 오래살고 더 많은 연금을 받아가기 때문이다. 연금재정이 이미 적자이고, 적자가 갈수록 커진다. 언제까지 세금으로 이 적자를 메워주겠는가.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혁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
국민들의 여론도 이를 반영한다. 여론조사기관인 TNS가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60.2%가 개혁해야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물론 연금이 깎이는 것을 받아들여야하는 공무원들의 반발도 당연하다. 이들에게 자기 밥그릇만 생각하다느니, 개혁 저항세력이라느니, 애국심이 없다느니 하면서 돌을 던질 수는 없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과 노력을 아끼지 않아온 공무원들이다. 이들에게 연금은 노후를 지켜줄 버팀목이다.
결국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은 대타협과 양보다. 공무원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충심으로 한 발 물러서고, 정부와 여야도 논의 테이블에서 공무원들의 이런 마음을 십분 인정해야한다. 그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한다.
(그래픽 = 송유미 미술기자) |
아울러 공무원연금 개혁을 앞서 성공시켰던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지혜를 얻어야한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성공시켰다. 노조지도자 출신인 룰라 대통령은 노동조합의 강력한 지지로 당선됐다. 그럼에도 그는 취임 초반부터 긴축재정, 수출 드라이브 강화와 함께 공무원연금 개혁 등 '우향우' 정책을 추진했다. 배신자란 비난에도 그는 꿋꿋하게 밀어부쳤다. 그만큼 브라질의 경제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실업률 하락과 경제성장률 상승 그리고 퇴임 직전까지 87%에 달하는 국민 지지도를 얻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대처 영국 총리도 연금 개혁을 성공한 지도자다. 대처 총리는 규제완화와 소득세 감면, 재정지출 삭감, 외환시장의 자유화, 석탄산업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 등을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했다. 개혁 과제 중 하나가 연금이었다. 1970년대 당시 영국은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등 경기 불황과 거대 노동조합의 끝없는 파업 등 소위 '영국병'을 앓고 있었다. 대처의 개혁 성공은 다른 유럽 국가들로 전파됐다.
룰라 대통령과 대처 총리는 이념 성향으로만 따지면 정반대에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연금 개혁에 성공했다. 이들의 성공에서 2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과 국민의 지지다. 고통을 분담해야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정치인들을 움직이고, 개혁 성공으로 이끈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또한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금이 계획대로 걷히지 않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고, 자영업자들은 1년을 버티기 힘들어한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무원연금 적자를 계속 메워줄 수 없다.
국민들이 더 강하게 공무원연금 개혁을 압박해야한다.
[뉴스핌 Newspim] 문형민 정경부장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