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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나라 무당 서울 새남굿 이영희

기사입력 : 2014년11월03일 08:53

최종수정 : 2014년11월03일 08:53

 

서울을 벗어나니 노란 가을 햇살이 아스팔트 위로 쏟아져 내렸다. 지끈거리던 머리가 맑혀졌다. 중화참이 좀 안된 시각에 나라 무당 서울 새남굿 이수자 이영희가 있는 남양주시 퇴계원에 있는 〈도령사〉 주차장에 차를 댔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맑은 바람 한 점이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답답하고 막혔던 일들이 뻐∼엉 뚫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무당. 하늘의 선택을 받는 순간 인간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작두날처럼 좁고 무서운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다. 성직자임에도 성직자 예우를 받지 못한다. 종교로써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로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일제가 심어 놓은 문화식민의 한 조각이다. 무당의 굿판은 누가 뭐래도 우리 문화의 기층(基層)이다.

굿. 신명나는 구경거리가 있는 놀이판을 뜻한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늘 굿을 해왔다. 새해를 맞이하는 날은 세배맞이 굿을, 정월 대보름 때는 정월 대보름 굿을, 해빙기 때는 마을 대동 굿을 열어 액운을 물리치고 사고 위험 요소를 점검했다. 요즘 사회적으로 가장 뜨거운 안전예방 행사가 굿이다.

필자의 종교는 불교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어느 어머니가 법당에서 또는 성당, 교회에서 자식의 성공을 비는 것과, 무당이 주관하는 굿판에서 자식의 성공을 비는 것과 과연 무슨 차이가 있을까?’하는 의문을 늘 안고 산다. 무당의 굿도 종교로써 갖춰야 할 신, 교리, 의식절차 등을 모두 갖추었는데, 왜 종교로써 인정받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그나마 국가에서 굿이 우리 문화의 기층임을 감안하여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어 다행이다.

서울 새남굿.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04호다. 서울지방에서 행하는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는 굿이다. 새남굿 보다 작으면 진오귀이다. 새남굿 보다 크면 천금새남(사대부 집 굿), 천금새남보다 더 크면 쌍계새남(궁에서 행하는 굿)이라고 부른다. 월새남은 해묵은 섣달에 하는 굿이다. 진진오귀는 사망한지 3주안에 하는 굿이다. 평새남은 3년 이내에 하는 굿이다. 서울 새남굿이 진도 씻김 굿 등 다른 지방의 굿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무복(巫服)과 무화(巫花)가 화려하다는 점이다.

서울 새남굿 이수자 나라 무당 이영희는 1958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했다. 팔남매 중 넷째다. 여섯 살 때 신이 내렸다. 열한 살 때 제금, 방울, 부채, 신복, 침통 등의 구업(鬼業무당이 죽으면서 살아생전 사용해 왔던 무구巫具 등을 특정 장소에 묻어 놓는데, 신 내린 사람이 이를 찾아내는 것. 무당의 종결이자 시작)이를 찾아냈다. 이후 경기도 포천 소홀읍 직골에 거주하던 〈직골 할아버지〉를 스승으로 굿문서와 무화, 무복 제작을 배웠다. 신을 받아들이고 무업을 해온 지가 벌써 50년 됐다. 몸 주신으로 선덕여왕, 일광월광, 화신장군, 옥황선녀 등을 모시고 있다.

최근 세월호 참사, 판교 환풍구 사고 등을 예언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인터뷰 중 “북한의 김정은이 얼마 못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신령님이 나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하며 맑게 웃는 모습이 관세음보살의 화현처럼 보였다. 예언대로 북한의 김정은이 조만간 문제가 발생하여 죽는다면 ‘한 세대가 가기 전 북한이 붕괴되는 역사적 사건을 목격할 것이다.’는 북한 전문가들의 전망이 현실화 된다고 생각하니 몸에 전율이 일었다.

인터뷰 장소인〈도령사〉 2층은 무화(巫花)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라 무당 이영희가 무화를 접고 있었다. 다짜고짜 노트북을 켜고 질문을 던졌다. “제 친구 중 한 명도 무당입니다. 이놈이 하는 말이 초짜 무당 때는 신이 시키는 대로 공수(신이 무당의 입을 빌려 말하는 것)를 했는데, 요즘은 좋지 않은 공수는 에둘러 말한다고 합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그거 순 엉터리입니다. 공수는 신령님의 말씀입니다. 신령님께서 말씀해 주신 대로 공수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지 않은 내용이라도 시키는 대로 말해야 합니다. 공수는 굿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런 공수를 자기 멋대로 말한다면 그거야 말로 제멋대로이지요.

무당의 계율은 1200개가 넘습니다. 어떤 종교의 계율보다도 엄합니다. 군대의 군법보다도 추상같습니다. 배고 고파도 배고프다고 하면 안 됩니다. 내 것 아니면 가지지 말아야 합니다. 내 육신을 위해 살지 말고 재가(在家)들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계율을 지켜야 무당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공수를 봐야 합니다.”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무당이라는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습니까?”

“무당은 자랑스러운 용어입니다. 임금님 옆에서 조언하는 최측근 신하가 무당입니다. 임금님이 여자에게는 무당이라는 말을 주었고, 남자에게는 박수라는 벼슬을 내렸습니다. 성직자로 인정한 벼슬인 셈입니다. 무속인 또는 점쟁이라는 말보다는 무당과 박수라는 말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요즘 와서 무당의 역할이 축소되고 왜곡된 것은 일제 강점기 때 민족정기를 끊어 놓은 문화식민정책 때문입니다. 무당의 굿은 조선의 고유 종교이고 전통입니다. 굿판이 벌어지면 자연히 사람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들다 보면 항일로 발전했습니다. 이래서 굿을 미신으로 조작하여 탄압하고 없앤 것입니다. 무당들을 죽이고, 무구를 일제 군수품으로 빼앗아 갔습니다. 이 때 무당의 70% 이상이 소멸됐습니다. 매우 가슴 아픈 일입니다.

격한 답변임에도 그의 목소리는 떨림이 없고 감정의 동요가 없다. 오히려 목소리는 맑고 행동은 차분했다. 만신(萬身)을 받드는 나라 무당다운 향기가 번졌다. 그런 향기에 실어 세 번째 질문을 던졌다. “무화(巫花)가 참 아름답습니다. 직접 손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조화를 쓰면 안 됩니까?”

“요즘 무당과 박수들은 전안(신령을 모셔 놓은 곳)도 차리지 않고 전화로 굿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굿의 형식과 절차는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옷감을 직접 끊어 와서 신복을 짓습니다. 절대 남의 손에 맡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화는 신령님들의 모습입니다. 이런 꽃을 나일론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무화는 신령이다. 즉 신령이 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신은 자신의 영험을 꽃을 통해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꽃 속으로 내려와 좌정하여 재가들과 논다. 이영희는 이런 무화를 붕어빵 찍듯 찍어낸 꽃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영희는 자칫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는 서울 경기 지방의 무화 전통 맥을 잇고 있다. 한지와 습자지를 사용하여 당근 채소 등에서 채취한 물감으로 꽃을 만든다. 가위, 칼, 실 등으로 잘라 자연의 꽃을 피운다. 전통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전안 앞 빨래 줄 같은 것에 걸려 있는 지화(紙花) 원료가 자연 그대로의 이영희 인품으로 보였다.

짜장면과 짬뽕으로 점심을 맛깔스럽게 먹었다. 식사 내내 이 것 저 것 많은 반찬을 내 놓았다. 전날 먹은 술로 불편했던 속이 까무륵 편안해 졌다. 엄마의 약손 같은 나라 무당 이영희의 영험이었다.

손님 대접으로 이영희가 노랫가락을 부르기 시작했다. 제자들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민족 고유의 문화가 맑고 향기롭게 울려 퍼졌다. 노란 가을 햇살이 처마 끝에 두 뼘 정도 걸려 있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내내 ‘겨울 오기 전 〈도령사〉를 다시 찾아, 못다 한 인터뷰를 마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맥놀이 됐다.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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