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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끝없는 채움의 길을 걸어가는 예술인 이지은

기사입력 : 2014년09월01일 08:41

최종수정 : 2014년10월01일 18:10

 

늦봄 날 오후 손 전화가 떨렸다.

“여보세요.”
“네 접니다. 오늘 저녁 영덕 대게 드시러 오세요. 판소리 선생님도 오십니다. 친구 분들 모시고 오시면 더 좋습니다.”

전화를 걸었다.
“야! 임마! 나야! 오늘 그곳으로 와. 그냥 얼굴 보면서 술 한 잔하자.”
“나 약속 있는데....”
“그냥 와 임 마. 술도 있고, 소리도 있고 문화 회식이야!”

그렇게 고등학교 친구 3명과 함께 허허로운 들판에 만들어진 예술 촌을 찾았다. 들어가는 입구가 고즈넉했다.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새마을 길이 나 있었다. 봄 향기가 분분히 날렸다. 작고 아담한 흙길은 개발과 재래가 함께 공존했다. 70년대 새마을 운동 분위기 물씬 풍겼다.

격식 없는 저녁상이 나왔다. 찐 영덕 대게가 밥상 위에 수북하게 쌓였다. 소주 한잔 들이 키고 하얀 속살을 헤집어 입속으로 넣었다. 북소리가 들렸다. 중모리였다. 사철가가 들렸다. 흥부가 중 돈타령도 들렸다. 가야금 시나위가 울렸다. 춘향가 사랑가 대목이 불리어 졌다. 살풀이춤이 대숲 바람을 일으켰다. 묵내뢰(默內雷 겉은 조용하지만 속은 천둥번개가 침)였다. 봄 풍류는 그렇게 봄밤을 태웠다. 이 날 이후 몇 번에 걸친 줄 풍류, 글 풍류, 술 풍류가 있었다.

이지은. 경북 울진태생이다. 어려서부터 국악을 한 사람은 아니다. 결혼 후 남편의 권유로 가야금 병창 국악인이 되었다. 사주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우주의 기운을 어떻게 받았는지를 해독하는 학문이다. 이 사주에 의하면 지지에 자오묘유(子午卯酉)가 두 개 이상 존재하면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자(子)는 겨울다운 겨울을, 오(午)는 여름다운 여름을, 묘(卯)는 봄다운 봄을, 유(酉)는 가을다운 가을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사계절 중 어느 계절이 되었든 정 가운데의 왕성한 기운을 가지고 태어나면 예능소질이 뛰어난 것이다. 이지은 명인의 사주를 세심하게 분석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자오묘유가 발달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습을 보면 여지없는 천상의 예술인이기 때문이다.

예술적 완성도가 높으려면 삶의 그늘을 경험해야 가능하다. 일찍이 판소리 명창 강도근은 말했다. ‘60살이 되었을 때 판소리 사설 내용이 몸으로 다가왔다.’고. 산전수전 다 겪은 후라야 예술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혼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이지은이 그랬다. 막내아들을 잃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큰 고통이 찾아왔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쓸어다 넣어서라도 막내아들을 살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안됐다. 주변에서 ‘가야금에 미쳐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죽었다.’고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면 들수록 가야금을 줄을 튕겼다. 모든 아픔을 가야금에 실어 날렸다.

그에게 ‘예술이 뭐냐?’고 질문했다.

“예술은 채움인 것 같습니다. 끝도 없는 욕심으로 가득 찬 것이 예술이 아닌가 싶습니다. 해도 해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명인 명창들은 말합니다. ‘죽을 때가 되었을 때 이제 좀 알 것 같다.’고. 저는 이 말에 공감합니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마음에 드는 연주가 없습니다. 욕심만 자꾸 늘어납니다. 그래서 이를 다스리는 방편으로 다도(茶道)를 시작했습니다. 예술이 채움의 미학이라면 다도(茶道)는 비움의 미학입니다. 다도(茶道)를 하고부터 마음의 안정을 찾았습니다. 가야금이라는 예술에 다도(茶道)는 더하니 중심이 잡히는 것을 느낍니다.”

그는 서울 말씨로 많이 희석된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다. 경상도 사투리 특유의 말끝 단어에 끈을 매달아 돌팔매질 하듯 냅다 질문을 던졌다. “공연을 많이 하시고 있는데 공연과 관련하여 힘든 것이 뭡니까?”

“대중가요 공연은 출연료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국악 공연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는 사람 부탁으로 얼굴보고 공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청자가 ‘공연료를 얼마 드려야 합니까?’ 라고 물어 오면 ‘알아서 주세요.’합니다. 10여 명이 가서 60분 공연을 해 줬을 때 초청자가 알아서 30만 원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웃음) 개인당 3만원 꼴로 나눠 갖는 겁니다. 난감하죠. 알아서 주라고 했더니 정말 알맹이 없이 주는 겁니다. 이럴 때가 좀 황당하고 우습기도 합니다.

매년 국악과를 졸업한 학사 국악인이 800여 명 배출됩니다. 이들의 취직자리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지자체 축제 등 공연 수요는 늘었다고 하지만 국악 공연을 요청하는 경우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설령 있어도 출연료는 입에 올리기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대중가요 예술인들은 크게 예우해 주면서 우리 국악인들에게는 그렇게 해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유감스럽습니다.(한 숨) 그래도 우리 것이 좋으니까 국악의 길을 걸어갑니다. 멀지 않은 장래에 국악이 나라의 품격에 맞는 대우를 받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국악인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는 사단법인 같은 공식 단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주변에서 사업자 등록증이 있는 단체를 만들어야 돈도 벌 수 있고 제대로 된 공연도 할 수 있다며 법인 설립을 권유하지만 한사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술인이 지나치게 상업적 태도를 가지면 예술마저도 변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그래서 알음알음 아는 인맥을 통해 공연을 따고 공연을 할 뿐이다. 그것이 오히려 돈도 되고 마음도 편하다는 입장이다.

이제야 어떻게 삶을 이끌고 가야 한다는 것을 아는 나이다. 삶은 끌고 간다고 끌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준비된 자의 삶은 준비하지 않은 사람의 삶보다 내용이 있다.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삶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제주도에 국악 공연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중국인들이 제주도 땅과 건물을 많이 샀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제주도는 중국인 것이 됩니다. 땅과 건문 뿐 아니라, 문화마저도 중화주의로 바뀔 것입니다.

제주도가 중국화 되는 것을 막고, 우리 것을 세계에 알리는 국악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작은 극장 또는 천막 극장을 짓고 국악 중심의 전통예술을 무대에 올리고 싶습니다. 고대 국악문화로부터 근현대 국악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것을 통섭하여 무대에 올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문화 사업이 활성화 돼야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이 올라갑니다. 아울러 국악인이 국악인으로서 제대로 대우도 받습니다. 그렇게 되는데 일조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자 다짐입니다.”

시원한 이마, 깊고 검은 눈, 야무진 입술,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 짓는 여유 있는 태도,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 그에게서 낙이불류(樂以不流즐겁되 문란하지 않는다)하고 애이불비(哀以不悲슬프되 비통하지 않다)하다는 국악의 참 모습을 볼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는 뒷모습에 가야금 소리가 맥놀이 돼 울렸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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