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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전설의 춤 꾼 최승희 제자 북한이탈주민 김영순

기사입력 : 2014년08월04일 09:00

최종수정 : 2014년10월01일 18:10

 

분명했다. 정확했다. 아귀가 딱 맞아 떨어졌다. 정정했다. 젊었다. 몸이 사십대 못지않게 부드러웠다. 웃음 띤 얼굴이 밝았다. 그 밝음은 험난한 그늘을 넘어선 밝음이었다. 귀태가 났다. 부러움 없이 살아온 인생에서 묻어 나오는 여유가 있었다. 말에 힘이 넘쳐났다. 어조가 분명했다. 소신과 관계되는 대목에서는 단어를 꼭꼭 씹어서 뱉었다. 천화(遷化 : 이승을 마치고 다른 세상으로 감)를 내다보는 고승(高僧)의 모습이 엿보였다.

김영순(78세, 여)은 김정일의 전처(前妻) 성혜림의 친구다. 2002년 탈북 했다. 탈북 전까지의 삶은 굴곡 그 자체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부모로부터 1937년 중국 랴오닝성에서 태어났다. 60년대 까지만 해도 북한 핵심계층으로 생활했다. 북한은 주민들을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으로 분류하여 이중 삼중의 감시망으로 통제한다. 핵심계층은 주로 평양에 살고 있다. 평양엔 장애인이 없다. 장애인이 태어나면 평양이 아닌 곳으로 보내진다. 그만큼 핵심계층은 특혜 아닌 별 이상스러운 특혜를 받는 사회다. 그녀의 북한에서의 주요 학력 및 경력을 보면 핵심계층임을 금방 알 수 있다. 평양예술대학 무용학부 졸업, 인민군협주단 무용배우(중위) 13년 근무, 평양시 보통강구역 외국여행사 상점 상업부 지도원 등을 지냈다. 

이런 그녀가 성혜림의 친구이기 때문에 김정일의 사생활을 잘 안다는 이유로 1970년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다.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하늘에 날아다닌 것, 땅에 기어다는 것, 물에 사는 것 생물체란 생물체는 모두 잡아먹는 짐승의 생활이었다. 부모가 여기서 영양실조로 모두 죽었다.

2002년 뇌물을 주고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서 생활했다. 탈북을 도와주는 일을 전업으로 하는 중국 사람에게 돈을 주고 2003년 7월 15일 배를 타고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왔다. 중국을 떠난 지 5개월만의 일이었다. 중국에서 대한민국까지 오는 데 많게는 몇 백만 원이 든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정부에서 주는 탈북자 정착금,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 강연료 등으로 생활하고 있다.

탈북 후 북한의 인권실상 증언 활동을 살펴보면 그녀가 얼마나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스위스 유엔 3차 인권결의안 채택 참가 및 영국 국회 상원의회 방문 증언, 벨기에 EU연합 27개국 위원장 면담, 대만 디아스포라 평신도 13차 대회 참석 증언, 뮤지컬 요덕스토리 북한 안무가 활동(워싱턴, 뉴욕, LA 등), 국무총리 내정자(한명숙) 국회 청문회 출석 증언, 캐나다 토론토 인권회의 증언, 국내 학교 및 군부대 350여 회 특강 등이다.

탈북자 김영순이 다른 탈북자와 다른 것은 세계적인 무용수 최승희의 춤을 사사(師事 : 스승으로 섬기고 가르침을 받음) 받았다는 것이다.

월북한 최승희는 한국 무용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최승희는 1911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고, 1969년 8월 8일 김일성의 지시로 복고주의자로 몰려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현대 무용가 이시이 바쿠(石井漢)의 무용 발표회를 관람한 것을 계기로 춤 길에 들어섰다. 1938년부터 1941년 사이에 유럽, 미국 등을 순회하면서 보살 춤, 초립동, 남사당패 등 3,000여회에 걸쳐 전통춤의 묘미를 세계에 알렸다. 광복 후 친일로 몰리자 남편 안막과 함께 월북했다. 김일성이 대동강 주변에 최승희무용연구소를 차려 주는 등 한 때는 대우가 좋았다.

최승희 춤 꾼 김영순은 사연이 많아 두 번에 걸쳐 인터뷰를 했다. 첫 번째 인터뷰 날은 토요일이었다. 두 번째는 일주일 뒤 금요일 했다. 두 번 모두 정확한 시간에 사무실을 들렸다. 78세의 할머니를 생각했는데 인터뷰 장소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문화예술실로 들어오는 모습은 조금 과장해 한 창 때의 춤 꾼 모습 그것이었다. 살아 온 삶에 대한 이야기와 춤에 대한 이야기는 해묵서이부진(海墨書以不盡 : 할 말이 많아 바닷물을 먹물 삼아 글을 써도 바닷물이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분단이 가져 온 대한민국 춤과 북한 춤의 차이를 첫 질문으로 물었다.

“춤은 강약, 굴곡, 매듭, 굴신이 있어야 맛이 살아납니다. 호흡, 손끝, 발끝 움직임에도 이 모든 것이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 와서 보니 이매방류 살풀이 춤 등 전통춤을 보면 이것이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북한의 춤은, 최승희의 춤은 더∼어∼엉 하고 호흡이 내려 갈 때 몸도 내려앉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올라갑니다. 한국 춤이 뻣뻣하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춤꾼은 걸을 때도 장단을 씹어 먹 듯 걸어야 합니다. 한 걸음 내딛는 동작에도 발바닥의 모든 근육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느껴야 합니다. 무릎은 스치어 지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춤이 침이 안 됩니다.”

북한에서 전승되는 국악의 실태에 대해 물었다.

“북한에서는 국악은 민족음악이라고 합니다. 이 민족음악이 1970년 이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1970년까지는 김일성의 지시로 나름대로 잘 보존되고 활기를 띠었으나, 혁명 열기를 고조시키는 데 방해가 된다고 해서 모조리 없애 버렸습니다. 특히 판소리를 〈쇅소리〉라고 해서 부르는 것을 금기했습니다.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아리랑도 혁명가요식 이분 박으로 부릅니다.”

갑자기 그녀가 아리랑을 불렀다. 본조 아리랑, 밀양 아리랑, 강원도 아리랑, 진도 아리랑을 불렀다. 특히 진도 아리랑에서는 시김새가 제대로 나왔다. 대한민국의 일반인들은 할 수 없는 수준급이 노래 실력이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어려서 배운 것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저는 한 번 배운 것은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부모님 잘 만나 남보다 뒤지지 않는 머리를 가진 것 같습니다.” 손장단 치며 어깨춤까지 얹어 부르는 아리랑이 사무실 창밖으로 맥놀이 돼 나갔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최승희 춤을 전수하고 싶습니다. 우리 민족이 낳은 최고의 춤꾼을 친일파로 몰아가 기념사업이 중단됐습니다. 북한에서도 최승희 춤의 원형은 사라졌습니다. 하체는 최승희 동작이 맞지만, 상체는 최승희 춤이 아닙니다. 최승희의 춤은 어깨가 다소곳합니다. 젖히지도 않고, 오그라들지도 않습니다. 앞으로 오지 않고 뒤로 밀리지도 않습니다. 중심 잡은 한복의 치마 같은 모양의 안정감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나가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학생들이 예쁜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에게 최승희 춤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라 잘 소화합니다. 멀지 않아 최승희 춤이 대한민국에서 부활할 것입니다.”

그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젊은 시절 최승희로부터 배운 ‘밝은 태양아래, 사도성 이야기, 금난지 전설, 반야월성곡’ 등의 창극을 다시 재현하는 것을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장고춤, 부채춤, 승무, 수건춤, 북춤, 장검무, 단검무, 옥저의곡, 초립동, 에혜야 노하라, 인도무희 등 최승희 춤을 무대에 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인터뷰를 마치고 인근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숟가락 끝에도, 젓가락 끝에도, 상추쌈 끝에도 춤이 매달려 있었다. 장단 보내고 국물 한 숟가락 먹은 후 ‘흠’하며 장단 끝을 잡아 채 본래 자리로 가져다 놓았다.

식당 밖에 뜨거운 여름햇살이 하얗게 내려앉았다. 미소 띤 얼굴로 다음에 보자는 인사말을 남긴 채 총총히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요조한 숙녀였다. 글로만 읽은 최승희 춤이, 말로만 듣던 한성준의 춤이 그런 그녀 뒤를 따라 갔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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