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호 기자] "더는 참을 수가 없었어요. '갑을관계'보다 훨씬 심하고 비인간적인 대우가 비일비재 했으니까요"
김기완 홈플러스 노조위원장의 말이다. 무더운 여름, '생활임금 보장'이라는 팻말을 들고 길거리로 나온 홈플러스 노조는 설립된 지 아직 1년에 불과한 신생노조다.
이 신생노조가 설립 1년 만에 생활임금 보장을 촉구하고 사측의 대우에 정면으로 맞서며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된 것은 김 위원장의 공이 컸다. 그는 40~50대 여성이 대부분인 홈플러스 비정규직의 불행한 삶을 바꿔놓겠다며 노조원을 응집해 투쟁의 일선에 나선 인물이다.
22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홈플러스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영등포 홈플러스 지점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근무자였다. 그는 현장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들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는 굴레에 빠졌다는 것을 자각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홈플러스 영업장에서는 숱하게 인격적인 모독과 폭언이 횡행했다고 한다.
그는 "10년차 협력사 비정규직 직원과 새로 온 1년차 지점 정규직 직원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협력사 직원은 전화 한통으로 짤리는 것이 다반사"라며 "억울한 일이 발생해도 트집을 잡고 보기 때문에 한 없이 약자인 협력사 비정규직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예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홈플러스의 노동환경이 상대적으로 가장 열악하다는 현실도 꼬집었다.
그는 "일례로 이마트에서 홈플러스로 전직한 한 직원은 10명이 넘는 사람이 오픈을 하다가 3~4명이 하는 것을 보고 하루만의 그만 둔 경우도 있는 상황"이라며 "업무량의 차이가 엄청난데 몇만원 급여를 더 준다는 홈플러스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경쟁사에서 일을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홈플러스로 첫 출근하는 날, 업무량에 놀라 그 다음날 관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많은 업무량에 야근을 해야할 경우에는 직원들의 의사는 묻지 않고 추가 급여도 주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된 대구 홈플러스의 냉동창고 감금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실제로 어떤 상황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나 워낙 비인간적이고 불법적인 행태가 만연하다 보니 그런 일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전기를 통해 업무를 지시할 때도 거친 욕이 다반사며 고성이 오가는 것은 매일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그가 이번 파업을 진행하며 기치로 내 건 것은 인권문제와 더불어 생활임금 보장이었다. 10년간 고생을 하며 일을 해도 여전히 손에 남는 돈은 한달에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에 노동자들이 분노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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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더 이상 우리가 자기인생을 소모하지 않고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 되도록 투쟁해 나갈 것이다"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인간다운 삶, 생활임금이라는 개념이 자리를 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홈플러스 사측에 대해서 경영진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의 상황에선 현실적인 급여 인상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홈플러스 경영진이 영국 본사에 노조의 입장을 전달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데, 국내 경영진들은 그런 노력들이 부족해보인다"며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이 직접 나서서 영국 본사에 요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문제가 홈플러스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점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부당한 사회문제들을 우리 사회에 알리고 비정규직의 삶이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어선 것"이라며 "우리의 투쟁으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 삶이 개선되고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사회적 흐름에 기여가 되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 노조는 생활임금 보장과 감정노동수당 신설 등을 요구하며 홈플러스와 12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결국 이날 하루짜리 경고파업을 벌이는 중이다. 이에 앞서 홈플러스 노조는 최근까지 30여차례에 걸쳐 영업점별로 벌인 6∼7시간짜리 부분파업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 측은 이번 노조의 파업에 단호한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실적인 급여인상에는 응할 수 있겠지만 터무니 없이 높은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들어주기가 어렵다"며 "일개 사업장이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벅찬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