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이연춘 기자] 회생절차개시 직전에 웅진홀딩스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가 판매증권사를 상대로 첫 승소판결을 얻어냈다. 회사채 판매자인 증권사를 상대로 승소판결을 받은 첫 사례이다.
5일 법조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지난달 9일 웅진홀딩스 발행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김 모씨가 법무법인 한누리를 통해 판매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매수금반환청구사건에서 '판매회사는 투자자에게 손해액의 60%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원고와 피고 쌍방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김 모씨는 한국투자증권 측의 투자권유를 받고 웅진홀딩스가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기 바로 전날인 지난 2012년 9월 25일 웅진홀딩스가 발행한 '웅진홀딩스34 회사채'에 약 3억 원을 투자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김 모씨에게 웅진홀딩스 회사채 관련 설명자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웅진홀딩스 회사채의 신용등급이 'A-(저위험)'라고 기재된 내용을 안내했다. 그러나 신용평가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그 이전인 2012년 8월 8일 이미 웅진홀딩스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변경한 상태였다.
이후 웅진홀딩스는 2012년 9월 26일 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했고 같은해 10월 11일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다. 이에 투자손실을 보게 된 김 모씨는 "지난해 1월 11일 'BBB+인 신용등급을 A-로 잘못 알려 주었다"며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주위적으로 착오를 이유로 계약취소에 따른 매매대금반환을, 예비적으로 설명의무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착오를 이유로 한 계약취소 주장에 대해서는 "원고로서는 웅진홀딩스 회사채의 신용등급이 단순히 A-라고 착오했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당시 다른 신용평가회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웅진홀딩스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A-에서 변경하지 않은 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착오가 계약을 취소할 정도로 중요부분에 대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를 배척했다.
그렇지만 설명의무위반 주장에 대해 해당 재판부는 "원고의 대리인이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관계로 일반인들보다 금융투자에 대한 지식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위 대리인이 이미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알고 있었다거나 제대로 설명을 들었더라도 회사채를 매수했으리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의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손해배상의무를 인정했다.
이어 재판부는 투자자 측의 과실을 40%로 적용해 판매회사는 투자자에게 위 손해액의 60%를 배상하라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웅진홀딩스 사태 관련해 법원이 판매회사에게 불완전판매책임을 인정한 첫 번째 사례이다.
송성현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지금까지 회사채 판매증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중 승소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소송은 법원이 판매회사에게 불완전판매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재판부가 신용등급 오류라는 명백한 사유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계약 취소 주장을 배척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참고로 금융투자상품 투자와 관련한 투자자 피해구제는 손해배상과 계약해소, 계약관철등 3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계약취소나 관철을 널리 인정하는 외국과는 달리 계약해소나 계약관철을 구제수단으로 인정하는데 있어 입법적으로나 법해석상으로 매우 인색하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